25년 1월 한 달 동안 작심삼일 글쓰기를 마치며
24년 12월 27부터 25년 1월 25일까지 한 달 바짝 열심히 글을 써보기로 하고 추진해 보았다.
아이들 겨울방학이라는 배경상황과 그림까지 그려서 같이 올린다는 야심 찬 포부였기에 '3 일쓰고 1일 쉬기'는 현실감이 떨어지는 벅찬 계획이었다. 하지만 30일 동안 9개의 글, 3일에 한 번씩 글을 올렸으니 작심삼일의 의미를 나름 살렸다고 할 수 있다.
혼자 했으면 9개의 글도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나 혼자 죽을 수 없다는 심정으로 함께 실천할 친구들을 톡방에 모았으니 그들이 없었다면 중도 포기했을 것이다. 실천한 것을 매일 인증하고 나누고 격려하며 도전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한 달 뒤 사라질 줄 알았던 작심삼일 톡방은 여전히 살아있다. 아이들 겨울방학이 여전히 지속 중이기에 활발히 하진 못하고 있지만, 우리는 벼르고 있다. 무엇이든 포기 않으리. 무엇이든 또 시작하리.
좀비 같기도 하다. 뭐든 계속 시도하고 끝은 흐지부지 되는 나란 인간에게 실망만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죽어도 포기 안 하는 끈질긴 생명력 아닌가. 요즘 읽고 있는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에서 무루 작가는 본인의 삶을 삽질의 역사라고 일컬었다.
이룬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중략)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경험,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 순수한 몰입, 외부의 반응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이것이 삽질의 조건이다. 실컷 빠져들 만큼 재밌다는 점이 놀이하고도 닮았다. (중략)
궁금하면 해본다. 새로운 것이라면 해본다. 망할 것 같아도 일단 해본다. 하다못해 재미라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재미난 것들이 모여 재미난 인생도 될 것이다.
-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중 -
나는 이번에도 삽질 중일지도 모르겠다. 드로잉 수업을 결제했다.
이전부터 필요는 느끼고 있었지만, 작심삼일에 올릴 글과 그림을 열심히 쓰고 그리다 무작정 행동한 것이다.
그동안 나를, 매번 도전했다가 끝을 못 맺는 의지박약 인간으로 봤던 것을 사과한다.
나는 매 순간 감정에 충실했고 궁금하면 해보는 도전정신을 갖췄으며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그 자체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삽질이 나쁜가. 아이들은 삽질하는 행위 자체로, 땀을 뻘뻘 흘리며 몰입하고 즐긴다.
영화 [노팅힐] 마지막 인터뷰 장면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커다란 함박미소를 지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마흔두 살 어른이인 내게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이 세상 최고의 함박미소를 지어 보낸다. 그림도 글도, 어렵지만 재밌다. 내가 삽질을 그 자체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인 게 좋다.
난 이제부터 열심히 삽질할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