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주 Nov 20. 2023

모든 건 올드해진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나와 다르게 아직 눈에 띄는 흰머리가 없는 남편의 머리카락은 내 부러움의 대상이었.

하지만 이런 남편의 짧고 검은 머리카락들이 베개, 하수구 등 집안 곳곳에서 푸지게 발견된 지는 꽤 됐다. 탈모라는 녀석이 세월과 함께 남편에게 온 것 같다.


탈모의 원인이 꼭 나이 때문은 아니겠지만 40대 후반의 남편의 탈모에는 나이라는 것도 기여도가 없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힘없이 추락하는 머리카락을 남편은 어떻게든 잡고자 노력하고 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편은

부러○○이라는 샴푸와 모○○이라는 영양제를 사야겠다고 했다.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부럽게 날 것 같은  탈모예방 샴푸는 일반 샴푸 보다 무려 3배 이상의 사악한 가격으로 구매를 망설이게 만들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예방 샴푸까지 비싸다니...

하지만 샴푸 효과가 좋아 더 큰돈 들어가기 전에 잘 예방이 되기를 바라며 주문과 결재 버튼을 눌렀다.




매달 들어가는 영양제 구입 비용은 젊은 시절 지출 목록에는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

그다지 건강체질이 아닌 나 역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물로 들어온 비타민제나 관절 영양제 등을 신경도 쓰고 있지 않다 유통기간이 지나 버리거나 부모님들께 드리는 등 챙겨 먹는 것 자체를  귀찮아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속된 말로 없어 못 먹는 게 영양제가 되었다. 오메가 3는 기본으로  항산화제, 비타민제, 망막 혈관 순환제, 밀크씨슬 등등 매일 아침 챙겨 먹는 영양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이 영양제들은 항상 듯이 한꺼번에 똑  떨어진다.  번씩 적지 않은 돈이 영양제

구입 비로 들어가고 있다.


영양제 구입에만 돈이 드는 건 아니다.

나이가 드니 추위에 더위에  더 취약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추울 때 난방 온도를 올리고 더울 땐 에어컨을 못 참고 다. 옛날에는 셋이상 모여야 트는게 에어컨이었는데 이제는 참을 수 없다.

장판 틀고 추위를 버텨보고 샤워를 몇 번 하면 에어컨 전기세를 줄여 보는 건 이제 가능하지 않다.

히트텍도 어느새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누가 그러더라

내복을 입지 않는 건 젊다는 뜻이라고

나도 젊은 시절에는 내복 따윈 내 인생에 없는 아이템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없으면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만드는 아이템이 되어 버렸다.



얼마 전 나보다 몇 살 위인 지인이 노안으로 다초점 렌즈 안경을 맞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렌즈 값이 내가 생각하는 일반 근시 렌즈보다 훨씬 비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노안으로 수정체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불편하고 서러운데 그걸 보완하기 위해 맞추는 안경값까지 비싸다니..

나이가 들면 이런 돈도 무시 못하겠구나 생각이 들면서  몇 년 후 다초점 안경 값이 비싸다며 투덜 대고 있을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이 와중에 아홉 살 된 내 자동차도 몸이 안 좋은지

'주인님 정비소로 저를 데려가 주세요'

라며 아우성이다.







이전 05화 보험은 필요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