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0120.
오늘은 1월 20일.
큰 추위라는 뜻의 '대한(大寒)'이다.
소한(小寒)이 '작은 추위'라는 이름으로 귀엽게 다가왔다면, 대한은 이름에서부터 묵직한 위압감이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아침 온도계를 보니 영하 13도. 오늘의 날씨를 전하는 기상캐스터는 체감온도가 20도에 육박한다며 유난을 떨어댄다.
추위에 약한 나는 겨울이란 계절을 유독 힘들어하는 편이다.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편인데,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계절엔 그마저도 할 수 없어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움츠러든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은데, 어렸을 땐 그 단어가 왜 그리도 싫었는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때로는 움츠러들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천천히 깨닫는다.
여름이 발산의 계절이라면 겨울은 수렴의 계절이다. 산으로 바다로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지만 대신 안으로 깊어지는 계절이 겨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같이 동장군(冬將軍)이 기승을 부릴 때면 나를 아늑한 아랫목에 넣어두고 싶어진다. 따듯한 아랫목에서 이불을 반쯤 덮고 앉아 좋아하는 책을 펼치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그래서 겨울엔 밑줄 부자가 되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겨울의 어원은 '겻다'로 '머무르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다른 의미로 '집에 있다'는 뜻도 있다고 한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겨울엔 뭐니 뭐니 해도 집콕이 최고라는 얘기일 테다.
대한은 24절기 중 순서로 치면 마지막에 해당하는 절기다.
옛 조상 들은 대한이 지나면 겨울이 끝난다고 믿었다. 대한의 마지막 날을 '절분(節分)'이라 해서 그 해의 마지막 날로 여겨 그날 밤을 '해넘이'라고 부르며, 귀신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집안에 콩이나 소금을 뿌리며 다음 절기인 입춘(入春)을 맞이했다는 풍습도 전해진다. 요즘 사람들은 1월 1일을 새해의 시작이라 생각하지만 절기로 치면 대한의 마지막 날 다음 날인 입춘일이 새해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가장 큰 추위라는 대한(大寒) 뒤에 바로 뒤따라 오는 절기가 입춘(入春)이라니.. 왠지 둘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무더위가 절정인 대서(大暑) 뒤에 입추(入秋)가 오듯이, 혹한의 절정은 겨울이 곧 끝날 것임을 알려주는 신호라는 것을..
겨울이란 계절은 모든 생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함을 배우는 응축(凝縮)의 계절이다.
추위라는 자극이 없으면 나무는 꽃을 피울 에너지를 응축하지 못한다. 땅속에 제대로 묻혀 혹한을 견뎌낸 도토리와 서릿발 틈에서 얼어 죽지 않고 버텨낸 씨앗만이 새봄을 맞이한다.
기획도 마찬가지다.
기나긴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한 번은 꼭 정체기가 찾아온다. 뭔가 열심히 고심하며 해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고 프로젝트는 얼어붙어 버린 것만 같은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시기는 웬만한 베테랑 기획자도 별 수 없다. 나무들이 겨울을 나듯 묵묵히 버텨내는 수 밖에는..
겨울은 혹한을 견뎌내지 못한 많은 것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하지만 이들이 다시 봄을 맞이할 숲을 비옥하게 만드는 양분이 되듯, '혹한의 시기'를 견뎌낸 자만이 비로소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다시 돌아오는 계절이 있어 우리 삶을 '새로고침'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