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이야기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열달동안 매일 건강하라고 태명을 ‘열매’로 지었다. 임신 초기에는 심한 입덧으로 거의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만 있어서 두 달 정도는 꼬박 집에서 시간이 흘러 괜찮아지기만을 기다렸다. 육체적으로는 매우 괴로웠지만 너무나 바라왔던 일이었기에 행복한 괴로움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임신임을 알자마자 몸을 정말 조심했다. 이 생명을 지켜내려 부단히 힘을 쏟았다. 내 자랑이라 여겼던 커리어도 아기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졌다. 지금 일은 중요한 게 아니라 생각해서 일을 잠시 쉬겠다고 말하고 돌아오는 길, 후회는 없었다. 혹시 복귀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괜찮았다. 아이가 가장 중요했으니까.
그리고 안정기가 지나자 그제야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졌다. 안정기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쯤이면
괜찮을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평소 먹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고 입도 짧던 내가 먹는 즐거움을 알게 되기도 했다. 남편 입맛을 닮아가서 우리 딸도 아빠 입맛이구나~하면서 매 끼 뭘 먹을지 즐거운 상상을 하며 살았다. 잘 먹고 마음이 편안하니 다들 인상이 좋아졌다고 한다. 이게 다 열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쫄보 엄마라 해외 태교여행은 꿈도 못 꾸고 국내여행을 이곳저곳 다녔다. 한 달에 한두 번씩 여행을 다니며 자연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정말 완벽한 태교를 했다. 원래 예민한 성격이었는데 임신을 하면서 한없이 너그러워졌다. 바라던 바를 이루어서 그런가.. 그렇게 하루하루 잘 지내며 아기를 만날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병원에 검진을 갈 때마다 산모인 나도, 우리 아기도 항상 건강해서 일기에 ‘늘 건강해줘서 고마워.’라고 썼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오만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멀게만 느껴졌던 출산 날이 다가왔다. 수술이었기 때문에 약간의 긴장감도 있었고 걱정도 되었지만.. 설렘을 이길 순 없었다.. 드디어 우리가 기다리던 아기가 태어난다니..! 내가 엄마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