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출산의 목표는 사랑이를 잘 낳아서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는 것이다. 제때 아이와 산모가 같이 조리원에 들어가는 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많은 사람들이 느끼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이니까. 그런데 나에게는 너무나 큰 산처럼 느껴졌다.
예정일에 아기를 만날 수 있을까. 아기가 태어나서 호흡은 잘할까, 니큐에 가진 않을까, 같이 퇴원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들을 안고 수술대에 올랐다. 내 몸이 갈라지는 것보다 아이가 잘 우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긴장할 틈도 없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아이 울음소리를 기다렸다.
열매도 잘 울었고 상태가 좋아서 신생아실로 갔었지만... 아무튼 출산 후 며칠이 나에겐 큰 고비였다. 내가 출산한 병원은 24시간 모자동실. 아기를 낳고 두 시간 만에 아기가 우리 방으로 왔다. 그 작고 작은 핏덩이를 3박 4일 내내 우리가 봐야 한다. 갓 태어난 아기를 돌보다 보니 병원 생활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걱정할 시간도 없었다.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내 목표는 이뤄졌다. 아기와 함께 조리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조리원에서 초산이냐고 묻는 말에 애써 웃으며 첫째라고 끄덕인다. 처음 본 사람들 앞에서 굳이 내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사실 사랑이는 둘째라고, 내겐 23년생 딸도 있다고... 마음속에서만 외치고 있었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하는 일을 묻고 지내다 보니 혹시나 내 이름을 검색해서 임신 기사를 보면 어떡하나 싶어 친해진 사람들에게는 털어놓기도 했다. 안 그래도 호르몬 불균형으로 매일 눈물짓던 우리를 같이 울게 만들었다.
사랑이를 낳아보니 너무 예뻐서 열매 생각이 많이 났다. 임신 기간 동안 열매가 다시 온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낳아보니 다른 아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열매는 행복한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을 거라고 우리 첫째는 첫째대로 소중히 기억하기로 했다.
아이를 보내고 나서 많은 책을 읽으며 위로받았다. 그중 <엄마를 사랑해서 태어났어>라는 책이 있는데 거기서 말하길... 아기들은 하늘에서 엄마를 고른다고 한다. 많은 아기들이 구름에서 놀다가 엄마를 정해서 온 거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열매도 나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겠지. 내가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를 고른 거겠지. 하루라도 세상의 빛을 봐서 좋았겠지?
사랑이가 크면 언니를 만났었냐고 무슨 대화를 했냐고 물어보고 싶어요.
'어머니를 힘들게 하는 아이는 어머니에게 이러한 과제를 던져 줌으로써 영혼이 성장하는 기회를 선물해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일찍 떠난 아이도,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도 다 똑같이 어머니에게 선물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 아기는 아주 잠깐 어머니의 배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거나 지금 시대의 문화를 느껴 보고 싶었던 것뿐이고, 이내 만족하고는 다시 구름 위로 돌아갔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와 동시에 아기는 반드시 어머니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기가 목숨을 걸고 전하고자 했던 선물을 부디 받아 주시길 바랍니다. '
<엄마를 사랑해서 태어났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