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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ee Shyn Apr 15. 2019

변화, 그리고 버티기

시간을 지나고 버티고 단단해지고, 또 도전하고.. 우린 그렇게 살아가지요



고단한 퇴근길, 운전해 집으로 들어가는 길.

이금희 아나운서가 하는 라디오 방송이 나오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힘들어도 그 시간을 지나가고 버텨보면, 조금 더 단단해지고, 단단해지면 좀 더 버틸힘이 생기고, 버틸힘이 생기면 힘든 시간도 조금씩 수월하게 지나가게 되고...”


조금씩 조금씩 우리는 어찌할 수 없는 변화들을 만나며 하나하나 받아들이고 버텨가면서 조금씩 웃을 수 있는 순간들을 만나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조금씩 웃을 수 있는 순간이라는 건 겪을 땐 그냥 막막하고 편한 소리 처럼 들려요.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웃을 수 있는 순간이 그래도 오긴 오고 있구나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10년 어린 회사 후배, 이제 막 육아를 시작하며 회사 다니며 일의 중압감을 견디다 못해 화장실에서 종종 운다며 눈이 발개지던 후배를 보며... 10년 전 딱 그맘때 내가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코가 시큰했습니다.


나도 뭔지 알것 같아. 근데 그것도 지나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너의 지금 그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너는 정말 위대해.

나중에 너 스스로 돌아보며 칭찬할 날이 올거야.

굳이 애써서 뭘 더 하려 하지말고 죄책감 갖지마.
넌 그 자체로 칭찬받을만 하다.



후배에게 얘기했지만, 버티며 하루하루 꾹꾹눌러 삐뚤빼뚤 내 이야기를 쓰며 살던 10년전 나에게 하는 이야기였던 것만 같았습니다. 후배는 내가 후배를 안쓰러워 해서 내 코가 시큰 거리고 눈이 촉촉해 졌다고 생각했겠죠? 아무렴 어떻습니까. 어쨌든 우리는 둘다 촉촉한 눈매로 서로에게 위안을 받았으니 그거면 됬다고 생각해요.






이제 어느정도 커서 지가 알아서 잘 하는 딸이 있다 하더라도, 엄마로서 주부로서 직장인으로서 해야할 일의 성격이 바뀌지 줄어들지는 않은 것 같아요. 매일 저는 "나는 왜 이렇게 타임푸어(Time Poor)일까?" 자책하는 날도 참 많습니다.


특히 요즘 저는 매일 영어공부와 씨름 중입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전 직장에서는 외국계 기업 파트너와 비즈니스 영어도 했지만, 영어 쓸 일이 거의 없는 국내 기업으로 직장을 옮기고 10년이 흐르면서 점점 제 영어는 그렇게 고갈이 되어 갔습니다. 그러나 최근 1년 사이, 저는 다시 영어로 대화를 나눠야만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전화로 계약을 협상하고, 새로운 UX 화면을 설명해야 하고, 가끔 그들은 디스커션을 하자고 미팅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간단한 국제전화들까지는 어케 커버가 되는데, 컨퍼런스콜이나 프리젠테이션은 제가 정말 피하고 피하고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해야 할 것 같네요.


그래서 주 2회 점심시간을 쪼개어 3:1 네이티브 영어 선생님과 회화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데, 읽어야 할 토픽과 숙제가 많습니다. 회화 수업 전날엔 12시 반이 넘어서야 책상에 앉게 되고, 3시까지 공부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공부도 하고 미국 드라마도 틈틈히 스크립트 보며 듣고해도, 저는 매번 토론 영어 수업시간마다 말이 참으로 많이도 막힙니다. 모든 단어들은 뿔뿔히 순서를 잃고 흩어지기도 하고...

20년 버티며 살아왔고 단련이 되어 그나마 10년전에 비해 단단해 졌다 싶지만, 새로운 도전이나 공부 앞에서는 역시나 또 막막함에 맞서야 하네요.


살면서 조금씩 그래도 앞으로 나가고 보람된 순간을 겪기 위해선, 지금과 다른 변화를 받아들이고 막막함을 이겨가고 버텨가야 겠지요. 마흔 다섯살이 넘으니, 스무살 때보다 체력은 약해졌는데, 마음은 더 단단해져서, 그래도 잘 해갈 수 있으시라 생각합니다. 이 시간들도 또 10년후 언젠가의 나에게 칭찬받을 에피소드 한 조각이 되겠죠? 조용히 스스로를 위해 화이팅을 외쳐 보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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