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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엽 Jun 14. 2021

콩밥, 더 이상 드시지 마세요

맛있게 먹는 다른 방법들이 있어요.

밥에 놓아 먹으려 하루 한 나절 불려놓은 검정콩이
그렇게 또록또록 눈을 뜰 줄이야

복효근, <<콩밥을 먹으며>> 中


   성인들에겐 감옥에 간다는 의미를, 어린 아이들에게는 편식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콩밥... 오늘 여러분들에게 더 이상, 콩밥을 드시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맛있는건 맛나게 먹자구요!




 콩은 기본적으로 곡류에 속합니다. 곡류는 물에 불려 조직을 연하게 만든 후, 솥에 잘 삶아 익힌 후 먹어야 하는 형태죠. 하지만 콩은 조리를 할 때 좀 애매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쌀'처럼 열매의 껍질을 벗기거나, '감자'처럼 조리 후 껍질을 벗겨 먹을 수 없는 형태죠. 



 현미와 쌀을 생각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듯, 껍질이 남아 있으면 남아 있을수록 우리 입에 거친 식감이 남게 됩니다. 식물 특유의 단단하고 질긴 구조가 남아있기 때문이죠. 또한 콩은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아 가열할 경우 단백질 특유의 향도 가지게 되는데, 이 짙은 향이 다른 반찬과 어울리는 것 또한 막습니다.


 종합해보면 우리가 콩밥을 싫어하거나 맛없게 느끼는 이유는 남아있는 껍질의 식감 + 단백질 특유의 가열 후 비린 향 때문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맛에 대한 욕구는 인류 전반에 걸친 공통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콩을 재배해온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들을 이미 내놓았답니다. 


식감을 개선한 두부

사진출처 : 수요미식회 페이스북

 대부분의 콩 가공품의 시작은 콩을 물에 불린 후, 삶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콩의 여러 조직들을 연하게 하고 단백질을 풀어지게 하여 변형하기 쉬운 형태로 바꿔주는 것이죠. 대부분의 콩의 영양소들은 열에 의해 파괴되지 않고 변형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영양학적으로도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소화하기 어려운 복잡한 성분들을 소화하기 쉽도록 분해해 주기 때문에 더 좋다고 볼 수 있죠. 
 * 일반 삶은 콩의 소화흡수율은 65%인데 반해, 두부의 소화 흡수율은 95% 가량


 두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콩을 삶아, 곱게 간 후 면포에 걸러 콩의 거친 부분들을 면포에 걸러냅니다. 여기서 걸러낸 부분은 비지라고 해서 비지찌개 등 다른 음식으로 쓰고, 면포에 걸러나온 물에 간수를 넣어 응고시킨 음식이 바로 두부에요. 간수는 우리가 소금을 만들 때, 소금에서 흘러나온 물(흔히 간수를 뺀다 라고 표현)입니다. 간수의 주 성분은 염화마그네슘인데, 이 염화마그네슘 이온 성분이 면포에 걸러진 단백질과 만나 반응하여 콩물이 단단하게 굳는 두부가 돼요. 이렇게 바로 응고시킨 것을 순두부, 판에 넣어서 꾹 눌러 물을 빼면 우리가 된장찌개에 넣어 먹는 모두부가 됩니다. 

두~부~~~

 80년대까지만 해도 두부는 판에 넣어, 잘라다가 한 모씩 팔았습니다. 풀무원은 이 판두부를 개별 포장하여 판매하는 아이디어로 지금의 두부 No.1 기업으로 자리잡았죠. 고소~~~ 하고 부드러운 맛의 두부, 콩의 맛있는 변신입니다. 


향을 개선하고, 맛을 더한 된장과 간장

 콩은 고대부터 동아시아 식단의 한줄기 구세주였습니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임진왜란 이전에는 고추도 없고, 고기도 많이 먹을 수 없고, 밭에서 나는 여러 작물들과 구하기 어려운 약간의 소금으로만 맛을 냈어야 했습니다. 여러분의 식단에서 대부분의 소금을 빼고, 고춧가루는 아예 없애버리고, 고기도 거의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와우! 뭘 먹어야하지? 어디서 우리는 "감칠맛"을 얻어야 했을까요? 여기서 우연히 발견한 콩 발효는 식단에 혁명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된장과 간장은 메주에서 출발합니다.

 된장과 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메주를 만들어야합니다. 백태를 잘 삶아 볏짚에 싼 뒤, 2~3일 정도 둔 것이 바로 메주입니다. 이 과정에서 볏짚에 있는 여러 미생물들이 메주로 옮겨붙어 서식하기 시작해요. 이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놓게 되는데, 높은 염도로 부패를 일으키는 다른 식중독 균들은 자라지 못하고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들이 장독대를 가득 채우게 되요. 이 미생물들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데, 이 과정에서 특유의 향과 아미노산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맛'을 만들어 내게 되요. 메주를 건저내어 조금 더 숙성 시킨 것이 된장, 남은 소금물이 바로 간장이 된답니다.


 특유의 비린 향의 원인이었던 식물성 단백질이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면서 식탁에 모자란 한 줄기 감칠맛을 찍어주게 되죠. 놀라운 삶은콩의 변신(?)! 많은 사람들이 된장과 간장을 발효식품으로 건강에 주목하는데, 저는 고대 식단의 맛을 책임진 맛있는 식품으로 더 높은 가치를 주고 싶습니다. 아 건강도 물론 좋지만요^^




 콩밥은 물론 건강에 좋습니다. 하지만 콩은 조금만 변주를 준다면 더 맛있게 먹을 방법이 많은 식재료입니다. 홍삼과 같이 진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강한 음식은 맛없는 걸 꾹 참고 먹어야겠지만, 콩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굳이 맛없게, 억지로 아이에게 먹여 콩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저는 더 안타깝습니다. 진짜 맛난 애들인데 ㅠㅠ(치킨도 대두유로 튀깁니다 ㅠㅠ)


 건강한 식단은 몸에 나쁜 음식 계속 먹다가 한끼 건강한 음식 챙겨먹는 식단이 아니라, 꾸준히 오랫동안 모든 식단을 건강한 음식들로 채워나가야 합니다. 맛있게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하는 거죠! 근데 맛없는 걸 억지로 꾹 참으면서 계속 먹는다면 치킨이 땡기게 되어 더 이상 건강한 식단을 오래 유지할 수 없게 된답니다.ㅠㅠ


 맛이 없으면 억지로 참기보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구요^^! 아 된장찌개 먹으러가야겠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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