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나비 May 21. 2022

그 계절엔 만나기 싫은 그가 있다

그만하자... 헤어져


    개를 키우기 전엔 진드기는 말로만 들어봤지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도시에 사는 다 큰 성인이 풀 숲에서 앉아 놀거나 거닐 일이 잘 없기에 옷이나 털에 붙는 진드기를 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그 따기 힘든 하늘의 별을 별이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자주 본다. 특히 이 계절엔... 

    풀에 코를 박고 냄새 맡는 것을 좋아하는 별이기에 산책할 때 무성한 수풀에 가면 겁부터 난다. 방심한 찰나에 그 수풀에 몸을 스치고 오면 혹시나 진드기를 붙여오진 않았을까 별이 털을 이리저리 뒤적여 진드기를 찾아본다. 정말 점보다도 작은 크기의 진드기도 있기에 방심할 수 없다. 차마 못 보고 돌아온 집 카펫에 먼지가 움직이길래 놀래서 봤더니 진드기였을 때의 경악스러움이란... 그렇기에 초장에 잡아 털어내는 게 가장 좋다.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피곤해 엎드려 있는 별이의 몸 구석구석을 휘적거리며 진드기를 찾아본다. 마치 유인원이 동족의 털을 골라주는 것 마냥 한참을 찾아보다 별이 피를 잔뜩 흡입해 빵빵해진 진드기를 발견하면 그렇게 괘씸할 수가 없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라지만... 별이의 피를 흡입한 죄로 그를 영면의 세계로 보내주는 수밖에...

    정말이지 이 계절이 되면 절대 만나고 싶지가 않다. 그냥 열심히 자기 삶을 사는 것뿐인 진드기에게는 심심한 사과와 위로를 전한다. 그렇지만... 만나지 말자. 정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