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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 Jun 17. 2022

손바닥같은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오늘의 시


장마철이었다

뉴스에서는 이제 장마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비는 아주 가끔 오고

그저 구름만 많았다


2층 카페 창가자리에는

굵은 플라타너스와 전봇대가 정면이었다

플라타너스 나무에는 꽃이 핀 것 같았고

열몇 개씩 뻗어나가는 전깃줄이 얽혀있었다


잎이 큰 나무라서 좋아했다

커다란 손바닥이 여럿 바람에 날리는 것 같았다

세네 장씩 묶어 우산으로도 쓸 것 같았고

땅에 떨어지면 주워다 부채질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창밖의 명암이 달라졌다

나무 꼭대기에 밝은 연두빛이 생겨났다

커다란 잎사귀 위로 더 큰 잎사귀의 그림자가 졌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자리,

그림자가 생겨나 해가 난걸 알았다


해가 구름 사이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나뭇잎 뭉치의 색깔도 진해졌다, 연해졌다 한다

플라타너스잎이 바람에 뭉태기로 흔들리는 계절

하지가 곧이다





* 며칠 뒤면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입니다. 저는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하지가 지나면 괜히 여름이 끝난 것만 같은 마음에 약간 슬퍼져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2층 카페의 창가에 앉아 플라타너스잎이 바람에 흔들리는걸 볼 수 있으니, 여름의 최댓값은 아직 오지 않았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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