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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 Oct 22. 2022

나를 귀애하지 않고 너를 사랑할 때

안녕 좋은 아침이야 오늘도 사랑해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툭,

떨어지듯이

누군가 내 마음을 똑똑 따다가

중력 밑으로 던지는 것 같았다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를 아끼지 않고 너를 좋아하면

너를 사랑하면

나는 한없이 가벼워졌다


너무 가벼워서

하늘 끝으로 날아가기도 하고

저 밑으로 훅 꺼져버리기도 했다


딱히 깊이를 담지 않은

걱정이나 핀잔이나

우정 어린 혹은 무신경한 대답들이

나를 이리로 날리고 또 저리로 보냈다


발목이 부러졌을 때 같았다

그 고통이 가끔은 타오르는 건지

얼음에 손가락이 붙을 만큼 차가운 건지

그걸 구분하지 못할 만큼


나는 이리 휩쓸리고 저리 밀려났다


난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

내가 봐도 난 예쁜 구석이 하나도 없다

걔가 대체 왜 나 같은 애를 좋아하겠어

넌 정말, 가치가 없다


오억 번쯤 이렇게 말하고 나서야

그제서야 알아, 내가

내가 나를 사랑해야

세상도 나를 사랑한다는 걸


아이 예뻐, 아이 잘한다, 넌 정말 최선을 다했어,

나는 네가 자랑스러워

이런 말을 범벅해서 해줘야

그 말을 정말로 믿을 수 있을 만큼이 되어야


정말로 누가 날 마음 편하게 사랑할 수 있다






오늘은 날 사랑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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