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구원>에서 만난 문장
티테이블 위에는 하얀색 도자기로 만든 전기 찻주전자와 생수가 담긴 사각형 유리병이 올려져 있는데, 높은 천장과 화장실 변기 옆의 수동식 비데보다 나는 호텔의 이 유리병을 보며 유럽에 와 있다는 실감을 가장 강하게 느낀다. 유리가 꽤 두껍다 보니 한 손으로 들고 물을 따르기에는 어처구니없이 무겁다. 하지만 플라스틱 재질의 물건을 사용하지 않는 이런 자세는 실리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유럽의 긍지를 보여준다.
임경선, <다정한 구원> 1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