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몽타주, 실내/실외, 밤/오후
(1) 현철의 집, 실내, 늦은 밤
달이 떠있는 밤.
현철에 거실 소파에 누워서 스마트 폰을 보고 있다.
현철:
족발이냐, 곱창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바쁘게 손이 폰을 쓸어 넘긴다)
현철이 주방 쪽 어딘가를 쳐다보는데,
벌떡 일어서서 그쪽으로 걸어간다.
싱크대 아래에 체중계가 보인다. 체중계를 꺼내는 현철.
크게 심호흡을 하고 체중계에 올라선다.
현철의 표정이 좋지 않다.
현철:
다이어트냐, 야식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2) 요양소 주차장, 실외, 늦은 밤
영수가 환자복 차림으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있다.
멍하니 보름달을 쳐다본다.
주머니에서 양갱이를 꺼내 포장지를 벗긴다.
양갱을 베어 먹으며 달을 바라본다.
영수:
달이 달아.
커다란 달.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 아주 작은 존재처럼 보이는 영수.
돌연 모래알을 씹듯이 맛이 없다는 표정으로 양갱을 먹는다.
영수:
달지만 (사이) 쓸쓸하네.
(3) 현철의 집, 실내, 늦은 밤
(시간 경과)
대략 새벽 두 시. 달 아래 현철의 집이 보인다.
현철이 식탁에서 라면을 허겁지겁 먹고 있다.
현철이 땀을 뻘뻘 흘리며 라면을 흡입하다가 국물을 들이킨다.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그릇을 내려놓고는.
현철: (땀을 닦으며) 역시 야식은 라면이지! 크아.
(4) 카페, 실내, 오후
주리가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다.
주리:
아무래도 저 성형을 좀 해야 할까 봐요.
상대방의 얼굴이 드러나면 보라(민준의 전여친)이다.
보라:
(웃으며) 야. 니가 고칠 데가 어디 있다고 그러니?
주리:
(손으로 자신의 가슴 쪽을 향하며) 여기요.
보라:
야, 그건 가짜잖아. 그냥 있는 대로 살아. 난 좀 별로다.
주리:
타고 난 유전자는 괜찮고, 성형은 왜 안 돼요?
보라:
뭐 나처럼 타고난 입장에선
그 박탈감을 모르는 건 아닌데,
남자들도 모조품은 별로 안 좋아해.
주리:
아니 현대 과학 기술로 단점 좀 보완하겠다는데,
왜 여자 가슴한테만 안 되는 건데요?
나도 좀 예뻐지면 안 돼요?
보라:
너 지금도 충분히 예뻐. 갑자기 너 왜 그러는데? 누구한테 차였냐?
주리:
민준 오빠가 글래머만 보면 자꾸 눈이 돌아가서요.
보라:
아니, 걔 아직도 그러니? 잠깐. 뭐야, 지금?
주리:
네, 저 민준 오빠랑 사귀어요.
어쩌면 결혼할 지도 모르겠어요.
미리 알려드리는 게 예의인 거 같아서요.
보라:
(좀 어이없어 하다가) 야, 너 다시 생각해봐. 그 문제아를 왜?
주리:
아니 술만 먹으면 문제아가 되는 게 누군데요?
보라:
(빈정거리며) 너 말이 좀 그렇다.
주리:
제가 보기엔 언니가 질투하는 거 같은데요.
결혼한 나를 아직도 못 잊는 남자가
하나쯤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거 아니에요?
보라: 야, 내가 무슨 사이코니?
(물 컵을 들었다가 일부러 소리 나게 내려놓는다)
주리:
뭐 아님 말고요. (팔짱을 끼고 뒤로 기댄다)
보라와 주리 사이에 긴장감이 흐른다. 서로 노려본다. 민준의 내레이션 시작.
민준: (N) 선택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아주 커다란 문제까지 끝이 없다.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결정하지만, 그 결과가 예상과는 다른 사건을 만들기도 한다. 선의가 반드시 호의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린 그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남의 감정까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어쩌면 그래서 우리의 하루하루는 새롭고 변화무쌍한 건지도 모르겠다.
민준의 내레이션에 인서트 장면이 이어진다.
인서트 1. 현철의 집, 실내, 새벽
(3-1) 설거지를 하고, 다시 체중계에 올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현철.
인서트 2. 요양원 입구, 실외, 새벽
(2-1) 링거를 끌고 요양원으로 터벅터벅 들어가는 영수의 축 처진 뒷모습.
인서트 3. 카페, 실내, 오후
(4-1) 주리가 상체를 일으켜 카페 탁자에 양팔을 얹고는
보라를 쳐다본다. 할 말이 있다는 표정이다. 보라가 긴장한다.
주리:
언니. (사이) 축의금은 양쪽 다 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