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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물원킨트 May 25. 2024

결혼식의 멤버 (5)

05. 아는 여자


15. 결혼식장 앞, 실외, 오후


민준이 주차권을 손에 쥐고

허탈한 걸음으로 결혼식장을 빠져나온다.

민준의 넥타이가 꽤나 풀어져있다. 피곤한 얼굴이다.


민준:

(N) 이건 결혼식이 아니라 전쟁터다.

한 시간 뒤엔 결혼식이 또 하나.

이러다 결혼도 못 해보고

남의 결혼식만 다니다가 죽는 건 아닐까?


순간 민준 앞으로 천천히 지나가는 웨딩 카.

창밖으로 손을 흔드는 전여친 보라.

차가 지나간 뒤, 완전히 넋나간 민준의 얼굴.

민준이 정신을 차리고 걸어가려는데


주리:

(V.O) 저기요.


민준이 뒤를 돌아보면 주리(여, 20대 후반)가 서있다.

아주 예쁘다.

살짝 들뜬 주리의 얼굴.


주리:

선배 맞네요. 보라 언니 결혼식이라서

혹시나 오셨을까 했는데.


민준:

아니, 보라 보러 온 게 아니고 다른 결혼식에 온 건데…


주리:

아, 그랬구나. (사이) 저기, 선배 한 번 꼭 보고 싶었는데…


민준:

어, 그래. 오랜만이네.


주리의 손에 부케가 보인다.

주리가 민준의 얼굴을 유심히 오래 바라본다.

민준이 당황한다.

순간 주리의 손에서 부케가 땅에 떨어진다.

주리가 민준에게 다가간다.

긴장한 민준.


두 사람의 사이가 아주 가깝다.

민준이 키스라도 하는 줄 알고 눈을 감는다.

하지만 정작 주리는 민준의 넥타이를 고쳐 매준다.


주리:

(미소) 은근 허당인 건 여전하네요.


민준:

(눈을 뜨며) 어? 어…


민준과 주리가 서로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는다.


주리:

저… 선배, 우리 차라도 한 잔 할까요?


민준:

아, 근데 나 결혼식이 하나 더 있어서.


주리:

아. 그렇군요. (아쉬워하며) 그럼 나중에 연락주세요.


주리가 곱게 인사를 하고는

떨어진 부케를 들고 걸어간다.

민준이 고심하다가 주리를 향해


민준:

주리야.

(조금 더 크게) 주리야.


주리:

(뒤를 돌아본다) 네?


민준:

생각해보니까 나 너 전번도 모르는데.

우리 차부터 마시자.

내가 지금 남의 결혼식에 갈 때가 아닌 거 같다.


주리:

(빙긋 웃는다)

                    



(6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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