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흰 와이셔츠를 단정히 잘 잠근 그 사람은 친절 말곤 난생 베풀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굴었다. 답답해서 뛰쳐나온 건물 밖에서 그 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와이셔츠 단추가 답답하다는 듯 두어 개 풀어헤치고선 급하게 담배를 빨아댔다. 그 연기를 모조리 삼켜버리고 싶었다. 그걸 물고 있는 그 사람의 입술이 아렸다. 닿을 수 없는 유토피아가 펼쳐진 느낌이었다.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남자에게 메시지 하나가 왔다. [퇴근 잘 했어요?] 쉽게 끊을 수 있다는 해피 벌룬 같았다. 덥석 입에 물었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때론 외설적이고 직설적인 것이 자해적 위로가 됐으니까.
그 어딘가쯤엔 지하철에 몸을 싣고 앞에 앉은 사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관해 고찰하고 있던 와중 옆자리에 누군가 앉아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내 세상 사람일 것이라 생각해 돌린 시선 끝엔 진화가 있었다.
시선이 맞닿는 순간, 우리 사이의 시간이 잠깐 멈췄다 다시 흘렀다. 몇 년 만에 우연히 나를 본 진화의 첫마디는 물음표로 던져졌다. 어제 과음했냐는 물음표. 동그랗게 커지는 내 눈을 쳐다보며 자기가 틀린 적 있느냐고 웃는다. 다음 역에서 함께 내려 담배를 태웠다. 서로 흡연을 시작했다는 사실에 조소하며.
우리는 서로에게 나쁜 사람이었다. 내 탓 좀 하지 그랬어. 진화가 내뱉는 것인지, 내가 내뱉는 것인지 모를 담배연기가 진하게 서로를 감싸다 흩어졌다. 서로의 근황을 물었으나 멈춰버린 시간 속의 근황에서만 헤매었다. 그 일 결국 그만뒀네, 그거 아직도 하네, 따위의 것들. 업데이트된 타임라인은 들여다보지 않았다.
담배 한 개비만큼의 시간을 가진 우리는 반대 방향의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진화는 본인이 가야 하는 방향의 반대 차를 기다렸고, 난 내가 가야 하는 방향의 차를 탔다.
세상에 좋은 이별은 없다. 그리고 이별을 고하는 가장 잔인한 말은, 넌 좋은 사람이고 내가 못나서 그래, 이다. 우리는 우리의 단점으로 시작해서 우리의 단점으로 끝을 냈다.
약속 장소로 향하던 중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그 사람이었다.
[이번 연수 때 탈 기차, 예매했어요?]
[아니요. 왜요?]
답장을 보내자마자 예매해 둔 기차표를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