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야속하게도 지극히 상대적이다. 누군가의 기다림이 짧으면 다른 누군가의 기다림은 긴 법이다. 기다림도 많이 해 본 사람이 능숙하다. 동일한 시간대 속에서 상대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감당하며 묵묵히 기다릴 줄 아는 사람과 그걸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지니는 마음의 우물은 깊이가 다르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시간은 더욱 야속해진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는 늘어진 테잎처럼 시간을 물고 늘어진다. 기다림은 더욱 길게 느껴지고 마음의 우물은 더욱 깊어진다.
감정은 양초와도 같다는 말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은 본래의 모양을 잃어간다. 양초가 다 타서 형체를 잃기 전, 양초가 서서히 녹아내려가는 그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자. 기다림을 당연시하지 말고,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가벼이 여기지 말고, 누군가의 깊어진 마음의 우물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지 말고 순간순간을 영원처럼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