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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Jul 18. 2022

비가 내리는 날엔


기다림은 야속하게도 지극히 상대적이다. 누군가의 기다림이 짧으면 다른 누군가의 기다림은 긴 법이다. 기다림도 많이 해 본 사람이 능숙하다. 동일한 시간대 속에서 상대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감당하며 묵묵히 기다릴 줄 아는 사람과 그걸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지니는 마음의 우물은 깊이가 다르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시간은 더욱 야속해진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는 늘어진 테잎처럼 시간을 물고 늘어진다. 기다림은 더욱 길게 느껴지고 마음의 우물은 더욱 깊어진다.

​감정은 양초와도 같다는 말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은 본래의 모양을 잃어간다. 양초가 다 타서 형체를 잃기 전, 양초가 서서히 녹아내려가는 그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자. 기다림을 당연시하지 말고,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가벼이 여기지 말고, 누군가의 깊어진 마음의 우물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지 말고 순간순간을 영원처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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