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미친 듯이 고막을 두드릴 때 고개를 두리번거리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제야 소리가 시작된 원천이 제3의 무언가가 아닌 내 가슴 속이라는 걸 알아채곤 한숨을 내쉰다.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절망이 아닌 안도의 한숨이었으니. 이 우울과 절망이 다름 아닌 나의 것이라는 사실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곱씹는다. 잘근잘근 정성스레 씹어내며 토할 것 같은 감정의 맛을 느껴본다. 뱉어내고 싶은 역함을 애써 참아낸다. 조금이라도 입을 벌렸다간 시커먼 것들이 터져 나올 것 같아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문다.
별다른 애정을 주지 않음에도 죽지도 않고 기어코 고개를 뻣뻣이 쳐든 이름 모를 꽃에 시선을 둔다. 이 시선에 어떠한 사랑도 애정도, 일말의 애틋함도 담겨있지 않다는 걸 너는 알까. 그 대신 정신이 아득해질 것만 같은 고통과 피가 끓는 듯한 절망뿐이라는 걸 너는 알까. 네가 모르더라도 상관없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 나는 평생토록 정성을 다해 고통과 절망을 담아 이름 모를 너의 영원을 기원할 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