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솥 비빔밥이 식으면 ,

식은 돌솥비빔밥 먹어 봤니?

by 서강

부동산의 인문학

점심시간 오늘은 뭘 먹지?

1시에 계약을 마치고, 2시에 아파트 안내를 마쳤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사무실 근처라 대부분 식당들이 브레이크 타임을 지킨다. 시간을 놓치면 마땅히 밥 먹을 곳을 찾기 어렵다. 다행히 영업하는 고마운 식당이 있어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 음식은 단순한 영양분이 아니다. 허기를 달래는 위안이자 삶의 작은 안식이다. 돌솥비빔밥과 돈가스를 시켰다. 오색빛 색동옷을 입은 돌솥비빔밥을 앞에 두었다.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소리. 막 비벼 먹으려는 순간, 전화가 울린다. "아파트 전세를 찾고 있습니다." 따끈한 돌솥비빔밥을 잠시 밀쳐놓고, 아파트 매물 설명에 집중하게 된다. 전세 1곳, 월세 3곳. 임대료, 주차 여건, 관리비, 커뮤니티 시설, 전망까지. 세세한 질문에 성의를 다해 안내를 했다.


토요일 오후 1시. 만남을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식어버린 돌솥비빔밥,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 먹고살려고 하는 일인데 이게 뭐 하는 거지? " 딜레마에 빠졌다. 하지만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이제는 단련이 되어 그러려니 한다. 비록 식었으나 이렇게라도 먹을 수 있어 감사하다. 칼국수를 시켰다면 어땠을까. 메뉴도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 언제 전화가 걸려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직장인의 규칙적인 삶이 이럴 땐 정말 부럽다. 내 위장에게 미안한 사과를 전한다. 돌솥비빔밥은 식었지만 손님의 꿈은 뜨겁게 끓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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