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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죽겠지만 다시태어나도 결혼
05화
샤넬백, 롤렉스, 집 한 채? 결혼에 필요한 것들
#5화. 나를 위한 내 결혼준비
by
정서한
Oct 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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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날짜를 잡고 나면 다들 결혼준비를 시작한다.
혼수로 샤넬백부터 진도 모피까지 라며 리스트를 주는 집도 있고, 해줄 게 없으니 둘이 알아서 결혼해라 하는 집도 있다
.
굳이 고르자면 해줄 게 없다며 바라지 않는 집이 낫다.
남자 능력으로 산 집도 아닌데 시댁에서 집 한 채 해주고 "우리 아들 롤렉스 차야 되고 나는 샤넬백이 좋겠다" 이러는 시어머니가 있단다.
그 집에 사는 내내
자
기들이 해준 집이라며 들락날락
오피스텔 원룸에 살 지라도 이건 정말 싫다.
시댁에서 바라는 경우도 있지만
여자 쪽에서 샤넬백을 해달라 집은 목동 이어야 한다.
신축 아파트에 입주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거는 경우도 있더라.
두 경우 모두 결혼하면서 한몫 챙기려나 보다.
여자가 강남 아파트만 고집해서 헤어진 커플도 봤고 시댁에서 준 리스트가 버거워 헤어진 커플도 봤다.
이러니 결혼이 하기 싫고 점점
어려워지는 거다.
집 있는 남자는 여자에게 대단한 혼수를 바라고 여자는 집 한 채 그것도 수도권 아파트까지 바라니
여자에게 홀딱 반했거나 이 남자 아니면 결혼 못하겠다 하는 경우나 참지
결혼 준비하다가 정 떨어지기
딱이다
연애할 때는 같이 있는 게 좋아서 각자 집으로 헤어지는 게 싫어서 결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막상 결혼 준비 시작! 하면
네 집 내 집 경쟁 시작, 자존심 세우기도 함께 시작된다.
이럴 때는 왜 결혼을 하려는지 생각해 보자. 이만큼 참고 참아주면서 결혼을 진행할 수 있는지 스스로 진지하게 묻고 또 묻자.
공평한 결혼 반반인 결혼은 없으니까.
다행히
내 혼수준비는 어렵지 않았다.
나도 바라는 게 없었고 그도 바라는 게 없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혼수 준비보다 결혼식 준비가 조금 이상했다.
결혼식 식사는 신랑 측 회사 사장님이 싫어하는 중식 메뉴가 나오면
안 된다.
예비신랑님의 특별한 요청이었다.
결혼식 주례는 외국인
예비 시아버님의
요청이다.
외국계 은행에서 오래 근무하셔서 자부심이 남 달랐다. 외국계이니 사장님
은
당연히 외국사람이다.
주례사를 영어로 하고 옆에서 한국말로 통역해 주는 식이었다.
나는 외국에서 살다 온 교포도 아니고 시아버님이 외국계회사를 다녔다는 이유로 주례를 외국인이 보다니
코미디다.
드레스도 어깨가 너무 드러나거나 가슴골이 보이는 건 안된다고 해서 레이스로 온몸을 감싼 드레스로 최종선택을 했다.
글로 써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나도 싸우려고 맘먹었으면 싸울만했다.
우리 결혼식 식사를 왜 사장님 식성에 맞춰?!
나도 못 알아듣는 영어주례라니!
내가 입을 드레스를 내 맘대로 못 골라?!
위의 말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같이 하는 결혼인데 신경 쓰이는 게 있으면 들어주지 뭐'
했다.
결혼식에 대한 환상이 없어서 그랬나 보다. 꿈꿔오던 결혼식이라던지 내 결혼식은 꼭 이래야 한다는 기준이 없었다. 결혼을 안 할 생각이었으니까.
나는 신혼여행이 중요했다.
그동안 못해본 해외여행의 한을 풀려는 듯
멕시코 칸쿤 올인클루시브(호텔투숙비용에 식사와 모든 서비스 포함)로 돈 좀 들였다.
신혼여행이
아주 중요했던 이유는 허니문 베이비를 원해서였다.
이모딸이 결혼을
먼저 해서
나보다 어린데도 아들을 떡하니 낳아 기르고 있었다.
엄마는 그게 너무 부러웠나 보다 그래서
"내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빨리 결혼해서 애 낳아! 그래야 봐주지"
라며 듣기 싫게 주기적으로 말했다.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애를 낳아한다는 생각들이 신부를 괴롭힌다.
결혼날짜를 잡았다고 하면
몇 명 낳을 거냐
결혼을 하면
좋은 소식 언제 듣냐
시댁에서 은근히 기다리는 눈빛들 까지
윽
이런 말을 듣는 건 계속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여자에게 살은 언제 뺄 거냐는 소리보다
5만 배
더 듣기 싫다.
난 절대 이런 소리 듣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외동딸로 자라서 좀 외로웠고 나 닮은 아이를 빨리 보고 싶기도 했다.
결혼날짜를 잡고 바로
허니문 베이비 갖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장 치밀하게 준비한 결혼준비
는 바로 이거다.
일하면서 점심시간을 활용해 예비신부 산전 검사를 했다.
저런..
난소나이가 나이 +3살로 나왔다. A형 간염 주사도 맞아야 한단다. 이 주사는 3개월에 한 번씩 3번 맞아야 하는데 다 맞으면 9개월이 걸리니 신혼여행 전에 겨우 다 맞겠다.
난소나이는 운동과 영양제로 내려보자 결심했다.
일주일에 3번 땀을 죽죽 흘리면서 운동하고 찬물은 마시지 않기. 기초체온을 올리는 방법이란다.
기초체온이 낮으면 착상이 잘 안 된다고 한다. 배가 따뜻해야 한다는 말이 맞는 거다.
영양제는 복분자
원액, 홍삼, 종합비타민, 엽산, 오메가 3 등등 8가지 정도 챙겨 먹었다.
말이 쉽지 땀 흘리며 일주일에
3일 운동하는 것도 힘들었고 찬물 안 마시는 건 더 힘들었다.
아이스바닐라라테 없이 살 수 없는 삶이었는데 독하게 마음먹고 끊었다.
시댁에서
5년째
임신
잔소리에 시달리는 친구의 고통을 간접 체험 했기 때문에 찬물도 참을 수 있었다.
생리주기 체크 어플로 신혼여행 가서 배란이 가능한지도 미리 체크했다.
배란일이 좀 밀리겠다 싶으면 운동을 더 하고 몸을 피곤하게 해서 생리 주기를 앞당겨 보기도 했다.
나 스스로도 인정할 만한 철저함이다.
드레스도, 식사도, 주례도 남의 맘대로 했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결혼준비인 임신준비에 전력을 다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왜냐하면 성공했으니까
신혼여행 사흘째,
꿈에 거북이 등장! 태몽이다!
하늘이 나의 정성에 응답해 주었다.
허니문베이비 갖기에 성공했고 시댁에서 임신 어쩌고 소리는 들을 틈이 없었다
.
샤넬도 없고 콩만 한 다이아도 없지만 내 옆에는 대체불가 소중한 딸이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비싼 가방, 서울 그 아파트, 반짝이는 무엇이 아니라
꼭 이 사람이어야 하는 이유를 3가지만 확실히 찾아보자.
3가지가 막힘없이 찾아진다면
나와 손잡고 있는 그 사람과 결혼이라는 걸 해볼 만하다.
그에 대한 확신이 섰다면 내가 원하는 내 결혼준비를 해보자.
결혼도 쉽게
임신도 쉽게 했는데
와... 출산이... 쉽지 않다.
#6화 예고.
선생님! 퇴근 전에 애 받아 주세요
5시 50분까지 낳아볼게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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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준비
결혼
혼수
Brunch Book
힘들어 죽겠지만 다시태어나도 결혼
03
깔끔한데 촌스러운 남자와의 데이트
04
궁합이 좋으면 결혼하고 싶어 질까?
05
샤넬백, 롤렉스, 집 한 채? 결혼에 필요한 것들
06
선생님! 5시 50분까지 낳아볼게요
07
애를 재우다 꼬리뼈에 금이 갔다
힘들어 죽겠지만 다시태어나도 결혼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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