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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phan Seo Jan 01. 2023

리뷰 2022

집중(Focus) : 앱 그로스 타이쿤

2021년 회고 글 에서, 2022년에 대한 바람을 아래와 같이 적은 바 있다

2021년의 키워드는 도전이었다. 인생은 늘 도전의 연속이라지만, 유독 큰 도전이 많았던 한해였다.2022년의 키워드는 집중이다. 여러 도전의 끝에 안착한 지금의 삶에 집중하여, 옹골찬 결실을 진하게 내고 싶은 해이다. 아, 그리고 건강도 함께 챙기는... (기름진 식사와, 액상과당 그리고 술을 줄이는 한해)

그렇게 2022년은 '집중'으로 가득찬 해가 되었다. 

즐겁고 행복했던 2022년, 주요 키워드를 통해 '집중'의 한해를 돌아보고자 한다. 


앱 그로스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는 앱 그로스 이다. 21년도에 여러 조직을 거치며 내가 가장 흥미를 느끼는 도메인과 직무를 재차 확신하게 된 바 있었다. 22년에는 딜라이트룸 조직에 깊게 몰입하며 알라미 서비스의 여러 방면에서의 그로스를 도모했다. 그 과정에서 마치 피쳐폰 시절의 'OOO 타이쿤' 게임처럼, '앱 그로스 타이쿤'의 고수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개인적인 성장감도 어마어마 했다. 


01. 구독 비즈니스 그로스

앱 구독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들이 필요할까? 제품내 퍼널 데이터, 유저들의 목소리(VoC) 등 문제 정의에서 출발하는 기획부터, 뜬금없는 아이디어나 직관에서 출발하는 기획까지, 제한된 리소스 하에서 다양한 실험들을 진행했고 여러 레슨을 쌓음과 동시에 매출 그로스를 제법 일궈냈다. 여기서의 핵심 키워드를 꼽아보면, '유저 목소리(VoC, 인터뷰)의 효능', '기능별 프리셋', '가격 - 할인과 앵커링', '가치 위계 설계', '유의미한 선행 지표 마련' 등이 있겠다. 관련 글들을 5-6개 작성하긴 했다만 여전히 작성할 글감이 쌓여있을 정도로 인사이트 넘치는 경험들이었다. 실질적인 그로스 내용들도 내용들이지만, 그 협업 과정이 얼마나 애자일했고, goal-oriented 였는지까지 생각하면 훨씬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경험들이었다고 생각한다.

[Active User 중 무료체험 전환되는 비율] 연초 신년효과, 12월 마케팅효과를 제하고, 2월초~11월의 추이만이 구독 그로스의 추이라고 할 수 있겠다


02. 신규 유저 유입 그로스 (오가닉 그로스)

모비데이즈를 다니던 시절 User Acquisition 경험을 무지막지하게 쌓은 바 있다. 하지만 전부 Paid 마케팅 경험이었고, 스토어의 검색 노출량과 그 이후의 메타 정보들을 관리하는 오가닉 유저 획득에 대한 경험은 전무한 나였다. 구독 전환율과 더불어 구독 매출에 영향을 끼치는 또 다른 변수로서 신규 유저 유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오가닉 그로스라는 새로운 그룹을 도맡기로 한다. 이후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군분투했고, 그럴싸한 오가닉 그로스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쌓게 된다. 구독 그로스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더 값진 경험치를 쌓았다고 생각하는데, 구독 그로스의 환경이 우리 제품내인 것과 달리 오가닉 그로스의 환경은 우리가 손쓸 수 없는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관련한 어려움은 여기 글(오가닉 유저 늘리기 출발점)로 정리한 바 있다.) 오가닉 그로스 꼭지에서는 '키워드 발굴의 중요성', '키워드 랭크 최적화 전략', '스토어 A/B Test', '리뷰 관리의 효능', '각 국가별 현지화의 힘' 등을 키워드로 꼽고 싶다. 

앱 첫 설치시의 온보딩 이벤트의 추이. 9월초, 12월 초 외부 변수로 인한 스파이크를 제한 나머지를 오가닉 그로스 추이로 보면 되겠다.


03. 제품 가치 그로스

현재 제공 중인 가치를 소구하여 유저를 모으고, 그 안에서 매출을 증진한 것이 2021년까지의 알라미였다면, 22년도에는 가치의 저변을 크게 확장한 해이다. 모든 아침 기상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저의 아침 점수를 산출하여 제공해주기 시작했고, 더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게끔 전날 수면의 양과 질까지 챙겨주기 시작했다. 기존의 제품 데이터 및 유저 목소리에 기반한 그로스 전략이 익숙했던 나는, 그러한 데이터가 전혀 없는 제로베이스에서의 기획을 처음으로 해보게 되었는데, 심지어 이 또한 제한된 리소스 하에서 여러 멤버들이 일종의 '부캐'로서 TF 로 진행된 부분이었기에 시행착오의 빈도와 그 진폭이 모두 컸다. 돌아보면 아쉬운 지점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빠르게 결과물을 확인했다는 점에 만족스럽고 앞으로 더 개선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설레기도 하다. Android 버전은 iOS 와 아예 기획이 달라지게 되었는데, 그 배경부터 진행 과정까지의 배움도 조만간 글로 남겨봐야겠다.


리더십 


오가닉 그로스 그룹을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그룹 리더'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고, 중간에 조직이 크게 한번 개편되어 구독 스쿼드의 PM 에서 PO로 역할이 바뀌면서 '스쿼드 매니저'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안그래도 강한 오너십으로 깊게 집중하고 달리던 시기에, 다른 멤버들까지도 함께 챙겨 2인3각, 4인5각 달리기를 하게 된 셈이었다. 이전 조직에서도 늘상 해오던 리더 역할임에도, 여러 의미에서의 새로운 배움들이 있었다.

뜨거운 눈물들이 가득했던 지난 여름날


01. 멀티스레딩의 고충

가장 새로웠던 건(?) 내가 1개가 아니라 3개의 그룹을 이끌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실무까지 병행하는 리더로서, 서로 다른 3개의 컨텍스트를 차질없이 이끌며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목표 달성 자체의 어려움보다는 그 과정에서의 스트레스 관리가 더 어려웠는데 1주 단위로 회고를 거듭하며 적절한 액션 아이템을 찾아 최적의 밸런스를 찾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팀 밖으로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스트레스와 감정을 걷어내고 무엇이 현재 문제인지를 뾰족하게 판단하여 싱크했고, 팀 내부적으로는 무엇이 가장 우선 순위가 높은지를 동적으로 밸런싱하며 힘겹게 목표치들을 달성해왔다. 관련해서 가장 빡빡했던 시기에 이를 글(멀티 롤을 수행하면 곧잘 맞닥뜨리는 문제 상황들과 해결책)로 남긴 바 있다.


02. 토탈썸

멀티 리딩은 자연스레 토탈썸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현 시점에서 조직과 제품 전반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구독 매출의 증진일까 오가닉 유저 유입의 증대일까 슬립사운드의 출시일까? 흔히 다른 조직에서는 그룹 이기주의 (또는 사내 정치)가 만연하여 골치일 수 있지만, 여러 조직을 동시에 담당하는 리더가 여럿 있는 딜라이트룸은 그런 무의미한 곳에 쓰일 리소스도 없기 때문에 이 제한된 리소스로 최상의 아웃풋을 내기 위한 토탈썸에 대한 시각을 기반으로 의사결정들을 해오게 되었다. 덕분에 개인적으로도 멀티 스레딩 내에서의 우선 순위 밸런싱이 수월했고, 조직적으로도 시기적절한 팀 개편이나 리더 교체 등의 큰 변화들을 별다른 마찰없이 스무스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토탈썸을 함께 고민하는 모든 팀 리더, 이건 좀 귀한 경험인 것 같다.


03. 나만의 리더십

각 리더들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도 하거니와, 워낙 자율적인 조직 문화이기에 각 리더들은 각자만의 리더십 방식을 자율적으로 취하고 있었다. 대략적인 조직의 방향성 내지는 가이드가 주어졌지만, 나는 그 과정에서 나만의 일관된 프로토콜을 마련하는 것에 집중했다. '리더라면 모름지기 ~해야 하고, ~ 해야 하고 .. '등 선행 자격요건(?)에 집착하기 보다는, '결과적으로 팀 성과를 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모두가 동기부여 되었어야 한다'라는 나만의 일관된 방향성이 있었다. 개개인의 멤버들을 동기부여 시키는 방법을 고민하고, 각자의 강점을 고려하여 함께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을 모색했으며, 그렇게 발생시킨 성과를 이용하여 다시금 동기부여로 연결시키는 선순환의 장을 마련하려 노력했다. 위에서 다룬 '앱 그로스'의 성과들은 나 혼자가 아닌 각 그룹/스쿼드의 멤버들과 함께 일궈낸 성과인데, 이는 어쩌면 '나만의 리더십'이 잘 동작했다는 근거로도 볼 수 있겠다.



앱 그로스와 리더십의 확장


'앱 그로스 타이쿤'의 장인이 되어가며 올해 친구들과 함께 우리들을 위한 앱을 출시해보기도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로, 많은 경우에 실제 출시까지도 못가고 흐지부지 된다는데, 어째 우리는 출시도 하고 업데이트도 하고 소중한 유저들도 어느 정도 얻게 되었다. 


나를 포함한 친구들 모두가 각자의 본업에 매우 몰입하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별다른 조바심이나 부담감 없이 (실제로 모두가 가용리소스가 거의 없는 편이라..) 한달에 한번씩 얼굴보는 재미로 앱을 만들었던 것 같다. 120분을 만나면 그 중 60분을 각자의 본업 이야기와 서로 응원하는 메세지로 가득 채운다는 점도 퍽 웃겼다. 심적으로 안주하기 힘든 스타트업 특성상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만남은 그 만남만으로도 하루하루 힘차게 나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도 각자의 배움과 성장을 토대로, 더 뛰어난 장인이 되기 위한 일종의 시험의 무대로서 함께 재밌게 커나가고 싶다. 겉만 번지르르한 헛똑똑이들이 뺀질거리면서 아는 척 하는 집단이 아니라, 본업 도메인 내에서 업계 내 최고로 거듭x거듭나면서 '한달에 한번씩 수다 떨며 짬짬이 만들어도 이정도다!' 이런 느낌의 집단을 목표로 한달까.. 너무 멋지고 소중한 경험..!




2021년의 다사다난함(회사 3곳을 다녔고, 아파트를 매입했고, 농구에 테니스에 피아노에...)에 비하면 확실히 '집중'을 잘 실현했던 2022년이었다. 앱 그로스와 리더십,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가 될 정도이니... '집중'의 뎁스가 얕지는 않았던 터라 세부 키워드들이 생각보다 고구마 줄기처럼 붙긴 했다. 사실 더 붙이고 싶은 세부 키워드가 많다. 유저에 대한 깊은 고민, 진정한 의미에서의 애자일한 협업, 1.2배, 1.3배가 아닌 10배 그로스(10x) 위한 제품 전략 등 전부 앱 그로스와 리더십과 관련된 세부 키워드들이다. 여전히 그 배움 속에서 현재 진행 중인 내용들이기에 언젠가 별도의 글로서 담길 날이 오리라 생각하며 글을 줄여보려 한다. 




2022년의 키워드는 '집중(focus)'이었다. 그 집중이라는 키워드 하에서도 여러 방면으로 일을 벌린 감(팀도 3개 맡고, 개인 앱도 내고..)이 없잖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정도면 나름 큰 집중의 한해였다고 생각한다.
큰 꼭지에서 '앱 그로스'와 '리더십'으로 묶이는 한해였으니...


2023년의 키워드는 '도약(leap)'이다. 

조금씩 조금씩 돌다리 두들기며 한계단씩 오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헛디딜 각오를 하고 10계단씩 껑충 뛰어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옹골찬 결실을 만들어낸 2022년의 기운을 동력삼아, 파격적인 결실을 내고 싶은 2023년이다. 업계내 PO로서도 그러하고, 한 인간으로서도 그러하다.

'오오~' 라는 탄성이 아니라 '헐!' 이라는 탄성을 자아낼.. 2023년 연말을 고대해본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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