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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끼는 존경이란

by 서린

어릴 적 ‘존경하는 사람’을 적는 질문은 늘 어렵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적으면서도 마음이 정말 깊이 있게 울리는 느낌은 덜했다. 역사 속 인물을 적을 때도 부모님을 적을 때도 있었지만 빈칸을 채워야 하니깐 채우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존경이란 누군가의 업적을 높이 쳐다보는 일이 아니라, 상대방의 보이지 않는 삶의 자세와 행동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대단한 업적을 세운 사람보다, 자신의 삶을 진심으로 살아내는 사람을 존경한다. 거창한 말 대신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사람, 누가 보지 않아도 책임을 다하는 사람, 실패 앞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 그런 이들의 뒷모습은 말보다 더 큰 울림을 남긴다. 그렇게 쌓인 시간 위에서 어느 날 ‘환경’이라는 운이 찾아왔을 때 비로소 눈부신 업적이 탄생한다. 우리는 흔히 성취라는 결과를 바라볼 뿐 그 밑을 받치고 있는 태도와 행동은 잘 보지 못한다. 뿌리가 있어야 꽃이 피듯, 나에게 울림을 주는 사람은 매일의 삶 속에서 말과 행동에 진정성을 담아 조용히 뿌리를 내리는 사람이다.



몇 번의 반짝이는 성과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그러나 오래도록 빛나는 별과 같은 사람, 다른 존재에게 빛이 되어주는 사람은 결국 자신과의 하루를 타협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시간을 쌓아온 사람이다. 자신이 세운 지향점을 바라보며 맡은 바를 충실히 해내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며, 사소한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요즘은 수많은 사람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내 앞에 있는 모든 이들의 잠재력이 보이기 때문이다. 존경이란 멀리 있는 감정이 아니다. 내가 진심으로 배울 점이 있다고 느끼는 순간, 이미 그 사람을 본받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 나는 유명인보다 내 곁의 사람들, 내가 마주치는 주변 사람들을 더 자주 떠올린다.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질문하는 사람들, 남들보다 더 꼼꼼히 챙기려고 뒤에 남는 사람들, 돌아가는 길을 택하더라도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삶의 방향을 배운다. 부끄럽지만 이제야 비로소 부모님께도 진심 어린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깊이 일어난다.



존경은 저 먼 곳을 바라보며 낮은 곳에서 올려다보는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다. 본받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 나는 더 배우고 싶어지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존경할 만한 사람을 찾아 나선다. 마주하는 모든 이에게서 내가 가지지 못했지만 배우고 싶은 모습을 본다. 나를 낮추기 위해서라기보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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