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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로운 Oct 30. 2022

프롤로그

아홉을 보내며


어느 날, 해를 넘기고 보니 마흔이 되었다.

손가락 꼽으며 아직 서른여덟이야, 아직 서른아홉이야 하고 의미 없는 숫자놀이를 하다가

하룻밤 지나고 보니 그저 그런 마흔이다.


열아홉까지,

부모님과 함께 충남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았다.

딸만 셋 영수 씨의 둘째 딸 혜진.

조용조용 특별하지도 모나지도 않은 학생이었다.

똑똑했던 언니는 서울로 대학을 갔고

나도 언니를 따라 서울로 대학을 갔다.


스물아홉에 나는 

꿈 하나를 접었다.

스물다섯부터 스물여덟까지 

꿈꾸는 삶이란 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새벽 바다의 고요처럼 진실했다.

참 아름다운 날들이었다.


지금의 남편을

스물아홉에 만나 서른둘에 결혼을 하고

서른넷에 첫째 아들을

서른여덟에 둘째 딸을 낳았다.

가족의 탄생.

완벽한 가족의 탄생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나는 부모가 되었고

나의 부모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다.


딸이 셋이었던 아버지와 엄마는

이제 사위가 셋이고 손자 손녀가 다섯인 대가족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허나, 아름다운 꽃밭의

모든 꽃송이들이 활짝 봉오리를 여는 그 찰나의 기쁨 속에

하나의 꽃이 그만 지고 말았다.

사랑하는 아빠가,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난 것이다.

내 나이 서른아홉, 우리 아버지 칠순의 해에.


마흔이 된 내가 한 가지 처음 배운 게 있다면

누군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마음일 것이다.


내 나이 서른아홉, 우리 아버지 칠순의 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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