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을 꺼내는 딸들
빛이가 어린이날 작은 '과자보따리'를 받아 왔다.
"내가 하나씩 나눠줄 테니까 다 같이 '고마워어!' 하고 말하는 거야, 알았지?"
선물을 받은 기쁨보다, 과자를 먹는 만족감보다, 나눠주며 '고맙다'라는 말을 듣는 뿌듯함이 훨씬 커 보인다.
어버이날, 빛이 하교 시간에 맞춰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중이다.
오늘따라 유독 "아빠아~"를 크게 외치며 달려오는 빛, 얼굴에 할 말이 가득 찼다. 기대에 부푼 빛이의 눈빛은 말보다 앞서 무언가를 정신없이 다 쏟아냈다.
"아빠, 아빠, 나 가방 속에 뭐 있는지 알아?"
"뭔데."
보물상자가 된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책가방 지퍼가 열리며 종이로 만든 꽃이 하나 나온다. 가운데 '우리 부모님은'이라 적힌 꽃은 여섯 개의 꽃잎을 가지고 있었다.
"아빠! 거기 꽃잎 하나씩 열어 봐."
꽃잎을 하나씩 열어보니 거기에는 '사랑합니다.', '아빠는 운동을 잘해요.', '엄마는 친절하세요.', '부모님은 날 사랑해요.' 등의 문구가 차례로 나왔다.
"다른 친구들은 꽃잎마다 한 가지 색깔로 칠했는데 나만 이렇게 여러 가지 색깔로 꾸민 거야."
"진짜 멋지네. 엄마도 엄청 좋아하시겠다."
'우리 부모님은 꽃' 감상이 끝나기도 전에 빛이의 손이 바쁘게 다시 가방 속으로 들어간다. 이번엔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볼펜이 나온다.
"이건 엄마아빠 선물이야. 그리고 이건,"
그러면서 여기저기 하트가 '뿅뿅' 그려진 봉투를 연이어 꺼낸다. 봉투 안에는 '안아드리기'라 적힌 한 장의 쿠폰이 들어 있었다.
"빛이야, 아빠 이거 지금 써봐도 돼?"
"어, 이건 계속 쓸 수 있는 쿠폰이야."
"그럼 빛이가 기분 나쁠 때나, 울 때나, 화낼 때 써도 되는 거야?"
"응!"
신나게 대답하며 달려와 '꼬옥' 끌어안는 아이에게 '과연 이 쿠폰이 언제까지 통할까?'라는 마음의 소리를 굳이 입 밖으로 내뱉을 필요는 없었다.
아이들은 내일을 계산하지 않으니까.
한 시간 후, 둘째 하늘이의 유치원 하원 시간.
카네이션 모양의 커다란 머리띠를 쓴 하늘이가 나온다. 하늘이의 가방도 언니의 가방처럼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하늘이가 잘 참아내고 있었다. 언니와 똑같이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하느리 가방에 뭐가 이써."만 반복할 뿐이었다.
오는 동안 가방이 열릴 마음의 위기를 잘 넘긴 하늘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에서 뭔가를 몰래(?) 꺼냈다.
"짜잔!"
유치원에서 만든 종이 꽃다발을 내민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깜짝 놀라는 노력이 필요했다. 얼마나 보여주고 싶었을까. 그 마음 꽁꽁 싸매고 무사히(?) 집까지 도착한 5살 딸의 고군분투에 미소 짓게 된다.
상대방이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어쩔 줄 모르는 아이들, 그 모습을 보면 '받는 것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 아이들이 평생 더 많이 나누며 살았으면 좋겠다. 더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아빠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