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배낭여행 다시 쓰기-비엔티안
1일 차: 비엔티안 신닷 체험기
비엔티안은 재미없는 도시로 유명하다. 일단 관광지로써 크게 볼거리가 떨어지고, 인근에도 볼 만한 것들이 없어 여행자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인식되곤 한다. 이번 여행에서 비엔티안은 하노이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시간을 확보해 놓은 도시였지만, 나름 라오스의 수도이기 때문에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먹어 볼 수 있는 도시이기도 했다. 사전에 다양한 식당을 찾아서 관광보다는 다양한 음식문화를 즐기는 장소로 선정했다. 물론 방비엥에서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탓 루앙에서 108배로 외할머니에 대한 극락왕생을 비는 스케줄이 추가된 것은 그 이후에 만들어진 스케줄이었다.
방비엥에서 출발한 미니밴은 여행자 거리에 모두 내려준다. 숙소까지 1.5km가 떨어져 있는데, 이게 또 택시나 툭툭을 타고 이동하기 애매해서 가면서 오토바이 렌털샵도 찾을 겸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 렌털샵이 있었지만, 내일은 휴무일이라 반납을 못한다고 해서 숙소에 도착 후, 아이들은 수영장에 수영을 하고 나는 또 오토바이를 빌리러 나갔다. 미니밴 내린 곳까지 다시 걸어 오토바이를 빌리고 혼자 비엔티안을 잠시 둘러보았다. 10년 만에 늙은 몸뚱이를 가지고 찾아온 나처럼 비엔티안은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사원 두어 군데를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와 아이들을 태우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예전엔 신닷이라 불렸던 고가를 구워 먹는 시스템인데 구글 지도를 켜고 뒷자리 첫째에게 안내를 맡기며 이동했다. 태국은 오토바이에 거치대가 다 있었는데, 라오스에서 빌린 오토바이는 거치대가 없어 불편하다. 도착한 식당은 야외였는데 마치 옥토버 페스트(가보지는 않았다.) 장소만큼 넓고 자리도 많았다. 이곳은 무제한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일단 야무지게 먹을 것을 다짐하며 음식을 시켰다. 이렇게 직접 구워 먹는 것은 배낭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이니 한국의 삼겹살 생각도 나고 미리 군침이 돌았다.
고기를 구워서 3번을 먹었다. 다들 배가 불러 더 이상 못 먹겠다고 해서 4번은 포기하고 근처 야시장으로 향했다. 다른 야시장과는 달리 주로 현지인 대상으로 의류나 휴대폰 용품을 많이 팔고 있었고, 먹을거리는 블록 끝에 한 두 가게가 있는 정도였다. 음식점으로 이루어진 야시장은 강변이 아닌 다른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야시장을 방문했으니 기념품 하나씩 사기로 하고, 과감하게 라오스를 상징하는 티셔츠 하나씩 구매했다. 시간이 아까워 깎는 것도 포기하고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 먹고 야간 빠뚜싸이를 보기 위해 오토바이를 달렸다.
빠뚜 싸이는 비엔티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야간에도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주간에는 입장료 내고 위로 올라갈 수 있었는데, 내일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 간략하게 건축물을 둘러보고 오토바이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비엔티안에 오면서 여하튼 아이들과 다시 화해가 이루어졌으니 남은 일정을 무사히 잘 보내자는 다짐을 한다. 잘하자 얘들아~!
2일 차: 탓 루앙에서 외할머니 108배, 그리고 마지막 여행지 하노이로
어제 이동거리도 짧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비엔티안 아침을 힘찬 기상으로 시작했다. 원래 계획은 아침을 먹고 탓 루앙에서 외할머니를 위한 108배를 하고 주변 사원 몇 개 돌고 20km 떨어진 부다파크를 찾아보고 하노이로 가는 것이었다. 7:30분 조식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을 다짐하는 순간 지붕 위 빗방울 소리가 강타했다. 도저히 나설 수 없는 정도의 비였다. 방에 복귀하여 일정을 다시 수정하고 있는 순간에도 비는 그칠 줄 몰랐다. 20대 후반엔 12월~1월까지 40일을 동남아 배낭여행을 하면서도 비를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는데, 이번 건기 배낭여행에서는 비를 자주 만나는 경험을 했다. 다시 한번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실감하게 된다.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이러다가 방비엥처럼 숙소에만 누있다가 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과 체크아웃 후 뭘 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혼돈 그 자체였다. 일단 체크아웃을 하고 일정을 조절하자는 생각에 짐을 싸서 리셉션으로 내려와 11:30 체크 아웃을 하고 짐을 맡긴 뒤 과감하게 보슬비를 뚫고 오토바이에 올라 탓 루앙으로 향했다. 비를 맞고 여행하는 것도 배낭여행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다. 비가 온다가 숙소에서만 쉬고 있었던 방비엥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오토바이를 몰았다. 다행히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아이들 바람막이에 모자를 쓰고 여행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탓 루앙에 도착하자마자 108배를 드리기 위해 사람이 적은 방향을 찾아 회랑을 돌았다. 어쩌면 비가 와서 관광객이 적어 108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없는 쪽을 찾다가 서한 쪽 사면이 비어있어, 자리를 잡고 형이 보내준 할머니 사진을 앞에 두고 108배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처음엔 3배만 한다고 했는데 아빠를 따라 계속 절을 하더니 아빠와 같이 30분 정도 걸려 108배를 완료했다. 생각지도 못한 끈기를 아이들이 보여 줬는데, 나는 기다리지 못하고 맨날 윽박만 지른 거 같아 또 자신을 반성을 하게 되었다. 108배 후 사원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으며 비엔티안의 마지막을 즐겼다.
사원 주변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구글맵을 찾아 유기농 식당을 들렀다. 원래 이런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순전히 아이들 경험차원에 방문해 봤다. 백인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 많았다. 일반 레스토랑 보다 2배의 가격을 주고 먹기에는 역시 인정할 수 없는 서비스와 맛이었다. 같이 시킨 음료는 나오지도 않아 취소하고 유기농이라 건강한 맛없음만이 존재하는 음식 같았다. 점심을 먹고 에매랄드 불상이 원래 있었다는 호 파케우와 시사켓을 들렀는데, 또 오토바이에 키를 꽂아 놓고 관람을 하는데, 경비하시는 분이 뭐라길래 가 보니 키가 꽂혀있었다. 나의 정신머리는 언젠가 크게 사고를 한 번 칠 것 같았다. 거기서 도난당했으면 하노이도 못 가고 바보 될 뻔했다. 시간이 남아 마지막 마사지로 아이들은 발 마사지를 나는 아로마 마사지를 한 시간씩 받았다. 발 마사지 한 시간 동안 아이들이 게임을 할 수 있게 게임을 풀어줘서 발 마사지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 거라 판단된다. 아님 말고...
마사지 샵을 나와 숙소로 돌어가 맡긴 짐을 오토바이로 하나씩 실어 나르면서 여행자 거리 쪽으로 이동하고 오토바이를 반납했다. 점심에 유기농 식단이 나와서 배가 덜 찬 아이들을 위해 햄버거 가게에 들어가 치킨 버거를 시켜 이른 저녁을 먹이고, 장소를 바꿔 옆 레스토랑으로 가서 마지막 비어 라오와 연어 훈제 샐러드를 먹으며 공항 갈 시간을 기다렸다.
라오스에서 5일은 날씨부터 아이들과의 관계까지 뭔가 잘 맞지 않았다. 모든 운을 루앙프라방에서 다 쓴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10년 후 다시 찾기를 바라며 라오스와는 작별을 고했다. 마지막 식당에서 indrive로 택시를 호출했다. 54000낍으로 택시를 타고 비엔티안 왓따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다른 국가의 수도와 달리 다운타운과 공항의 거리가 짧아 30분 이내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어 시간 계획에 유리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2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공항은 작소 한산해서 입국수속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면세구역에 도착했는데도 시간이 1시간 30분이나 남았다. 아이들과 면세 구역에서 시간을 보내다 1시간 20분 비행 후 하노이에 도착하는 베트남 항공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날씨도 아이들과의 관계도 힘들었던 라오스여 다음엔 좋은 기억으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