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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road

밤이 문을 두드릴 때면

by Sehy


또 하나의 밤이 흘러왔어

난 방금 밤을 밀어 넣은 문을 닫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하루 치였나 봐

또 다른 밤이 시작되려나 봐


분명 하루의 시작은 아침이어야 하는데

왜 밝아지질 않는 걸까

커튼도 젖히고 창문도 열어봤는데

아침이 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신은 예뻐하는 이에겐 고통을 주신다던데

내게 줄 태양을 아껴두시나 봐

나는 모르는 어딘가에 내 이름의 보석함이

있다면 타버리지 않길 바라


빛이 없으니 어디로 떠나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걸어가긴 해야겠지

어딜 가나 어둠뿐이라면 어둠과도

친해지는 수밖에

그렇게 어둠 속에서 걷는 법을 배우는 수밖에


내가 이렇게 방황하는 이유는 뭘까

난 더 이상 교복 입은 십 대 소녀도 아닌데

왜 이직 내 손은 꿈을 고르고 있는 걸까

Maybe because I'm at the crossroad

Maybe because I'm at the crossroad

somewhere..


분명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온 듯한데

왜 끝이 보이지 않는 걸까

주위를 둘러봐도 표지판도 없는 이곳엔

밤이 흐르는 소리만 들려


신은 두려움에 우는 어른도 거둬주실까

매일 같이 밤이 내 목에 칼을 대고

살기를 바라느냐는 살기 띈 물음을 해

어두워도 숨은 제대로 쉬고 있는데


빛 한 줄기 든 땅이 있다면 내게 알려주소서

그래도 삶이란 계속될 것이니

몇 번이고 넘어진 내 발을 다시 들고

계속 가는 수밖에

그럼에도 내가 날 이끌고 가는 걸 배우는 수밖에..


내가 이렇게 헤매는 이유가 뭘까

난 재미로 꿈을 별처럼 세고 있지도 않은데

왜 아직 손바닥엔 못 놓은 꿈이 있는 걸까

Maybe because I'm at the crossroad

Maybe because I'm at the crossroad

again..


또 한 번의 밤이 밀려와

처음 겪는 일도 아닌데 매번

어둠의 파도에 삼켜지는 듯해

이 밤의 엑시트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리고 난 지금 어디 있는 걸까

밤이 문을 두드릴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혼잣말 같은 대답은

Maybe tonight I'm at the crossroad

Maybe tonight I'm at the crossroad

Between here and there




Inspired by. 'The Night We Met' of Lord Huron


The Night We 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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