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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반의 마스코트 마린과 오디

by 송기연

오전반에는 공식 비공식 마스코트가 있다.

H가 키우는 강아지인 마린과 오디다. 물론 얘네들은 주인인 H가 와야 올 수 있는데, 오전반의 여자멤버들은 H보다는 함께 오는 마린과 오디를 더 반긴다. 지난번 설명한 K는 마린과 오디가 오는 날이면 운동보다 얘네들을 안고 만지는 시간이 더 길다. 세상에. 운동에 진심인 K까지 녹다운시키는 마성의 강아지들 되시겠다.




얘네들을 이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물론 생김새부터 요 두 녀석들은 심장어택을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얼마나 H가 얘네를 데리고 운동하러 왔을까. 아마 마린과 오디는 체육관을 자기 집의 별장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KakaoTalk_20250806_124642916_04.jpg 마린과 오디, 자기들이 귀여운 줄 아는 게 확실하다!


크로스핏 체육관은 지하에 있다.

아마도 많은 크로스핏 체육관은 1층 아니면 지하에 있다. 운동의 특성상 무거운 바벨이나 덤벨, 케틀벨을 바닥으로 냅다 던지거나 박스 위를 뛰어올랐다 뛰어 내려오는 등 소음이나 진동이 크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1층이나 지하에 체육관이 입점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들었던 바벨을 바닥에 던진다는 것은 아마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크로스핏에서는 이게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힘든 무게를 들어 올린 후 바닥으로 내 던지는 게 제법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뭐 일부러 던지는 건 아니지만 플레이트(바벨에 꽂는 중량물)가 자주 부서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단다. 아무튼 지하에 있다 보니 들어오는 사람이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때 강아지 소리가 들리면 체육관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crossfit-5730105_1280.jpg 이렇게 멋지게 뛰어오르지 못해도 전혀 문제없다!


체육관 입구부터 H는 마린과 오디를 내려놓는다.

마치 오랜만에 들린 별장처럼 이 두 친구는 체육관을 휘젓고 다닌다. 그러면서 한 명 한 명과 눈인사를 하듯 시선을 쳐다본 뒤에는 그냥 발라당 누워 버린다.


"나를 쓰다듬어라, 닝겐!"


참 낯가림이 없는 친구들이다.

그리고 누구 하나 편애하지 않고 차례로 모든 사람에게 달려간다. 어쩌다 자기들 기억에 조금 낯선 사람이 있으면 잠시 머뭇거리기는 하지만 금세 자기를 이뻐하는 줄 알고 바로 꼬리를 흔든다. 그리고, WOD가 시작되면 H가 체육관 한쪽에 줄을 묶어서 아이들의 탈출(?)을 저지한다. 그러면 운동이 끝날 때까지 마린과 오디는 얌전히 기다린다. 운동 중간중간에 K가 쪼르륵 달려가 한 번씩 얘들을 안고 쓰다듬는 것은 자연스럽다.




사랑받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강아지뿐만 아니라 사람도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대가 없는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경우는 없다. 자신의 행동과 태도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자기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면 된다. 마린과 오디는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 모두가 자기를 사랑해 준다고 철석같이 믿고, 그건 크게 틀린 판단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은 강아지와는 다르다.


우리가 보고 싶을 때마다 마린과 오디를 볼 수 없다.

H가 운동을 와야 하며, 얘네들과 함께 와야 만날 수 있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우스갯소리로 H는 안 오더라도 얘네들만 보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한다. 이제 운동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안 되는 신입 회원이 있는데, 지난주인가 H가 얘들을 데리고 왔다. 낯설 법도 한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마린이 품에 덥석 안겼다. 오디도 뒤따라 안겼고, 그 여성회원의 눈에서는 하트가 뿜어져 나왔다. 평소에도 강아지를 좋아하는 듯했다. 도도한 이 두 녀석은 일정 시간만 채운 채 곧장 다른 사람에게로 달려갔다. 역시 도도한 마스코트다.


마린과 오디는 자기들이 이쁨 받는다는 것은 확실히 알 것이다.

주인 H와 함께 체육관을 오는 것이 그냥 그들에게는 산책 정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운동하러 오는 여러 즐거움 중에 이 귀여운 두 녀석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마린과 오디에게도 행복이다. 이런 귀여운 마스코트가 한 번씩 운동 후 자기보다 큰 짐볼을 몰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오전반만의 특권이다.



다음엔 언제 또 오려나 기다려진다.


마린.jpg 귀여워서 종이백에 넣어봤는데,.. 동물학대 아닙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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