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년대 승무원 이야기 13
목포 공항으로 향하던 비행기가 사고로 추락했던 게 1993년이다. 나는 승무원이 되었다는 기쁨에 이런 큰 대형 사고는 나의 일이 아니라는 이상한 확신에 차 있었다. 하지만 입사 후, 교육을 받으며, 또는 선배들끼리 수군수군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사고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 사고 탑승 승무원들도 마주쳤다. 그날 비행기 안에 있던 물건들도 교육용으로 다시 쓰이기도 했다.
그리고 31년이 훌쩍 지난 얼마 전, 무안에서의 참사 소식을 접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두 명의 승무원들이 겪을 트라우마가 무섭게 다가왔다. 31년 전 그날의 승무원들도 다시 떠올랐다.
나의 6년 여의 비행은 ‘무사고’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갑작스러운 터뷸런스로 미처 승무원 자리로 돌아갈 수 없어 손님 옆에 앉아 벨트를 매던 일, 그나마도 불가능해 바닥에 주저앉았던 일, 비틀대다 좌석 팔걸이에 부딪혀 다리가 퍼렇게 멍들었던 일들은 정말 흔하게 일어났다. 미처 잠그지 못한 카트가 쏟아져 나와 온몸으로 막았던 것도 생각하면 아찔한 일이었다. 혹시라도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을까, 쉬쉬하며 넘어갔던 일들이었다. 비상용 슬라이드가 터져서, 그와 연결된 비행들이 연속적으로 연기되었던 일도 몇 번 있었다.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진 손님 때문에 혹시 의사나 간호사가 탑승했는지 방송하는 일도 많았다. 내 비행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사망사고도 있었다고 들었다.
일명 ‘버드 스트라이크’도 겪었다. 사고 여파로 엔진 하나가 망가졌고, 무사히 착륙해서 손님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내렸다. 나중에 기장님에게 듣고 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늘 시청 앞에 있는 합동 분향소에 다녀왔다. 짧은 시간 묵념을 하며 눈물이 났다.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져서 더 마음 아팠다.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감히 어떤 위로의 말을 꺼낼 수 있을까? 말문이 막혀서 눈물로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