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나브로 Mar 10. 2020

어느 날 갑자기 혼자가 되었다

병원 격리생활 중 혼자만의 시간에 대하여

혼자만의 시간이 그리웠다.

아이들을 돌보는 육아를 하면서, 아이들과 종일 붙어 지내다 보면, 나 혼자 홀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엄청나게 소중하다.


나에게 당장 혼자만의 시간이 2시간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그 상상만으로도 일주일을 즐겁게 보내곤 했다.

우선 카페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바닐라라떼를 여유롭게 마시고, 다음으로는 도서관에 가서 그동안 보고 싶었던 책들을 실컷 빌려야지. 그리고는 보고 싶은 친구를 만나 같이 쇼핑도 하고, 서점도 가고, 영화도 보고 또 뭘 할까 기분 좋은 나 홀로 외출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돌리고는 했다.
아니, 꼭 밖을 나가진 못하더라도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영상 편집도 하고,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요가도 해야지. 아이들 없이 혼자만의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나열하라면 끝도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완벽하게 혼자가 되었다.


 코로나 19 확진자로 분류되어 격리병동에 들어왔고, 지독하게도 원하던 혼자만의 시간이 생긴 거다.
그토록 바라던 이 고독스러운 혼자만의 시간이었는데, 막상 며칠은 아이들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눈물만 흘렸다. 마음이 먹먹하여 밥이 도저히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았고, 아이들이 어찌 지낼지, 혹시 아픈 건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이틀 정도 지나고 나니, 이 생활에 적응해나간다. 아침잠도 실컷 자고, 요가 스트레칭도 하고, 책도 읽고,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에 빠져 신나게 영상도 보고, 일기도 쓴다. 이 모든 걸 다 해도 하루가 너무 길다. 시간이 안 간다.


삼 일정도 하고 나니 벌써 지겹고, 아이들이 보고 싶다. 나의 일상들. 그 작고 소중한 아이들과 부대끼며 보낸 그 작은 일상들이 사무치도록 그리워진다. 킁킁 매일 내 코를 흠뻑 적시는 아가 냄새가 그립고, 까불까불 아이의 재롱이 그립고, 남편과 함께 해 먹는 맛있는 저녁 집밥도 그립다.


자발적 의지가 아닌, 언제든 내가 원할 때 그만둘 수 없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아무리 치킨이 먹고 싶어도 시켜 먹을 수가 없고, 커피 한 모금이 그리워도 마실 수가 없다.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때 볼 수도 없고 한 칸짜리 방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가 없다. 격리병실에서의 원치 않던 자유는 내겐 참 힘든 시간이다. 동시에 깨닫게 된다.

한 걸음 떨어져 보니 사무치게 알게 된다. 너무나도 익숙해서 의식하지 못했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하루라도 빨리 제 자리를 찾아가고 싶다. 나의 소중한 아이들과 남편이 함께 하는 우리 집으로.


이전 01화 나는 코로나19 확진자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