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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달 전등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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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레몬 Oct 22. 2023

쇠똥구리와 민들레

   쇠똥구리는 오늘도 열심히 소똥을 굴립니다. 쇠똥구리가 소똥을 굴리며 지나가자 토끼와 다람쥐가 인상을 쓰며 말했어요.


   “어휴, 이게 무슨 냄새람.”

 

  “쇠똥구리가 똥을 굴리고 있네. 더러운 쇠똥구리. 너무 냄새 나.”


   “쇠똥구리야, 너 저리로 가서 소똥을 굴리면 안 되겠니?”


   때마침 쇠똥구리 옆을 지나가던 장수풍뎅이가 쇠똥구리가 굴리던 똥에 맞을 뻔 했습니다.


   “쇠똥구리야, 조심 해야지! 더러운 똥에 맞을 뻔 했잖아.”


   장수풍뎅이가 신경질을 냈습니다. 쇠똥구리는 장수풍뎅이에게 너무나 미안했어요. 쇠똥구리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장수풍뎅이에게 사과했습니다.


   “장수풍뎅이야, 미안해. 앞으로 조심할게.”


   장수풍뎅이와 토끼와 다람쥐가 코를 막고 쇠똥구리 옆을 지나갔어요. 쇠똥구리는 멀어지는 장수풍뎅이, 토끼와 다람쥐를 바라보았습니다. 쇠똥구리는 친구를 만들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무도 쇠똥구리와 친구가 되어주지 않았습니다. 쇠똥구리에게서는 항상 소똥 냄새가 났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게 내가 할 일인걸.”


   소똥구리는 다시 열심히 소똥을 굴렸습니다. 


   열심히 소똥을 굴리고 있던 쇠똥구리는 이상한 것을 보았어요. 쇠똥구리 집 옆 바위 틈새에 작은 풀이 솟아올라있었어요. 이 풀은 어제까지는 못 보던 풀이었습니다. 쇠똥구리는 풀에게 말을 걸었어요.


   “처음 보는 풀이구나. 너는 누구니?” 그러자 풀이 대답했어요. 


   “안녕, 나는 민들레야. 지금은 풀이지만 언젠가는 꽃이 될 거야.” 


   쇠똥구리는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다시 물었어요. 


   “꽃이 된다고? 하지만 너는 풀 밖에 없는 걸. 네가 어떻게 꽃이 되니?” 


   민들레가 대답했어요. 


   “나는 꽃이 맞아. 두고 봐, 언젠가 꽃이 필거야.”


   쇠똥구리는 그 다음 날도 민들레를 찾아갔어요. 민들레는 쇠똥구리에게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안녕, 쇠똥구리야. 오늘 또 만나는구나.” 


   쇠똥구리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어요. 이때까지 쇠똥구리는 반가운 인사를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쇠똥구리는 매일 소똥을 굴려서 냄새가 났기 때문이에요. 쇠똥구리는 외로웠습니다. 민들레는 쇠똥구리에게 처음으로 인사를 해준 친구였습니다. 쇠똥구리는 자신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민들레가 좋았어요. 


   “민들레야,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 


   쇠똥구리가 말했어요. 


   “쇠똥구리야, 우리는 이미 친구야.” 


   민들레가 환하게 웃었어요. 민들레와 쇠똥구리는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쇠똥구리는 매일매일 민들레를 찾아갔습니다. 민들레에게 언제 꽃이 필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빨리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민들레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민들레에게 위기가 닥쳤어요. 길을 가던 할아버지가 민들레를 꺾으려 민들레를 잡고 흔들었어요.


   “이건 잡초구나. 잡초는 뽑아버려야 해.” 할아버지는 손을 뻗어 민들레를 잡아당겼어요. 


   “아야, 아야, 아파요, 할아버지.” 민들레가 외쳤어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민들레의 말을 듣지 못했어요. 


   “잡초는 쓸모가 없어. 잡초는 뽑아버려야 해.”


   그때, 소똥을 굴리고 있던 쇠똥구리가 민들레를 꺾으려는 할아버지를 보았습니다. 쇠똥구리는 재빨리 달려가 굴리고 있던 소똥을 할아버지에게 던졌어요.


   “앗!” 소똥을 맞은 할아버지는 비명을 질렀어요. 


   “아이고, 이게 뭐야.” 할아버지는 민들레를 놓아주었습니다. 


   “이게 뭐야, 더러운 소똥이잖아. 더러운 쇠똥구리!” 


   할아버지는 도망치듯 길을 떠났습니다. 


   “쇠똥구리야 고마워.”


   쇠똥구리는 민들레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쇠똥구리가 보기에 민들레는 정말 예쁜 풀인데 왜 잡초라며 뽑으려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쇠똥구리는 결심했습니다. 누가 민들레를 꺾지 못하게 민들레 옆을 지키기로. 


   어느 날,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자 흙이 떠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민들레를 둘러싸고 있던 흙도 비에 휩쓸려 떠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쇠똥구리야, 어떻게 하지?” 


   흙이 비에 쓸려가는 바람에 민들레는 몸을 휘청거렸습니다. 이러다가는 민들레까지 비에 쓸려 내려갈 것 같았습니다. 그때 쇠똥구리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쇠똥구리는 자신이 굴린 소똥을 민들레 주변에 쌓아두었습니다. 소똥이 흙을 대신해서 민들레의 몸을 받쳐주었어요. 민들레는 비에 휩쓸려 떠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고마워, 쇠똥구리야.” 


   동그랗게 뭉쳐져 있던 소똥이 비에 녹았습니다. 소똥은 민들레의 거름이 되었습니다. 민들레는 쑥쑥 자랐어요. 작은 싹이던 민들레가 어느새 쇠똥구리보다 커졌습니다.


   어느 새 민들레에게 봉오리가 생겼습니다. 


   “이제 곧 꽃이 필거야.” 


   민들레가 말했습니다. 쇠똥구리는 민들레가 빨리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꽃을 기대하는 민들레의 얼굴이 너무 행복해보였기 때문이에요. 쇠똥구리는 민들레에게 매일 소똥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민들레는 무럭무럭 자라서 쇠똥구리보다 훨씬 커졌어요.


   햇살이 좋은 어느 날 민들레가 꽃을 피웠습니다. 


   “이것 봐, 쇠똥구리야. 내가 드디어 꽃을 피웠어!” 


   민들레의 꽃은 매우 노랗고 예뻤습니다. 


   “축하해, 민들레야. 드디어 네가 꽃을 피웠구나.” 


   쇠똥구리는 민들레를 칭찬했어요. 민들레가 행복해하자, 쇠똥구리도 행복했습니다. 며칠이 지난 후, 민들레의 꽃잎은 하얗게 변해버렸어요. 쇠똥구리는 민들레꽃을 보고 너무 놀랐습니다. 


   “민들레야, 꽃이 하얗게 변했어.” 


   그러자 민들레꽃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나도 알아, 쇠똥구리야. 우리는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날 거야.” 


   바람이 불자 하얗게 변한 민들레꽃이 날아갔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민들레 씨앗이 날아간 자리에는 민들레꽃들이 피었습니다. 어느새 주변은 민들레꽃들로 가득하게 되었어요. 쇠똥구리와 민들레는 새로운 친구가 가득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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