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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멀리 새로운 길을 찾다. 10km를 달리다.

달리기, 마라톤, 사회복지사

집 근처 지하철 역 옆 공원길을 달린 지 몇 달이 지나서 이제는 매 주말마다 6km를 달리는 게 일상이 되었다.

지나가는 차들의 먼지와 한적한 시골 마을 같은 동네 강아지들의 멍멍 소리가 정겨웠다. 토요일, 일요일 오후 나의 일상은 달리기가 되었다.

언제부턴가 아니  5km 이상을 달리게 되면서 나의 취미 생활이 달리기라고 주변에 살짝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달리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기도 싶었고 무언가 계속해나갈 수 있는 이유가 필요했다.

지하철 두 곳을 왕복하는 6km 달리기를 몆 주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좀 더 긴 코스를 달리고 싶었다.

그래서 네이버 지로 동네를 검색해서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했다. 도로 옆길도 있고 좁은 강 옆길도 있고 비닐하우스 옆길도 있고 농장 옆길도 있었다. 그렇게 7km, 8km, 9km 조금씩 거리를 만들어 갔다.

물론 시간은 고려할 수 없었다. 페이스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얼마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그렇게 나의 마라톤 거리는 늘어 가기 시작했다.

물론 한 주 동안 뛰지 않고 있다가 토요일 욕심내서 뛰면 다리 근육통이 며칠이 가곤 했다. 토요일 좀 무리해서 뛴 날은 일요일은 거리를 좁히거나 좀 더 천천히 뛰기도 하고, 토요일 가볍게 뛰고 일요일 좀 욕심내서 뛰기도 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진 쉰다고 생각하니 주말 달리기에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달리기 코스가 너무 불편했다. 차들의 먼지와 농장의 냄새 등 달리는 나를 더욱 힘들게 하였다.

그렇게 몇 주의 달리기를 하면서 이 코스를 계속 달리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또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다. 결국 찾아낸 길이 “평화누리자전거길”이었다. 집 근처 지하철 역을 빠져나오면 강을 따라 편도 5km를 뛸 수 있는 자전거 길이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새로운 주말이 돼서 큰 맘 먹고 새로운 길로 향했다. 거리가 좀 먼 상황이라 작은 생수병 하나를 들고 뛰기 시작했다. 좁은 강 옆 자전거 길이라 정비가 안돼서 길의 절반은 풀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끔 자전거 한두 대가 지나갈 정도로 한적한 곳이었다. 그래도 길게 난 자전거 길을 따라 뛸 수 있어 편했다. 편도 5km 지점은 하수정화시설이 있는 외진 곳이었다. 달리기 앱이 “이제 절반인 5km를 달려왔습니다”라는 트가 끝나기 무섭게 나는 턴을 하고 달려온 길을 다시 뛰기 시작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생수병 하나가 이렇게 거추장 스러운건지 처음 느꼈다. 더 여름에는 물 한모금이 절실해서 뛰는 길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혹시 수돗가라도 있으면 들르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서 집에서 물을 들고 나오면 결국 뛸 때는 먹지도 못하고 다 도착해서 단숨에 마시고 들어가곤 했다.

달리기의 또 다른 매력은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는 것 같다. 20여 년 살던 곳이지만 차로 다니지 않는 새로운 길들을 달리면서 알게 되고 달리면서 보게 되었다. 땅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보고 느끼며 나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들으며 뛰는 것이다.

새로운 길을 찾아 뛰게 되니 예전에 느낀 지루함은 없어졌다. 오히려 갈수록 더 새롭고 먼 길을 찾고 싶은 욕심이 가득 차고 있었다. 이제 나의 취미는 마라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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