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배는 고프다

고추물 만들기

by 샤이니율


연일 최고 온도를 갱신하고 있는 요즘 기력이 떨어지고 있다. 낮동안 더위와 씨름하고 저녁이 되면 직사광선을 계속 받아 잎이 처진 식물 마냥 축 늘어진다. 그리고 배가 고파온다.




오늘은 더구나 청소를 해야 하는 날이었다. 내일 집에 손님이 오기로 했고 덥다고 외면해 오던 청소를 하긴 해야 했다. 더워서 창문을 거의 열어놓고 있다 보니 바닥에 먼지가 금방 쌓이는데 여기에 습기가 달라붙어 방바닥이 찐득거리기 때문이다.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땀이 비 오듯 흘렀다. 괜히 했나 싶지만 오기가 생겼다. 생각지도 않았던 깊숙한 부분까지 청소를 끝내고 샤워를 하고 식탁의자에 앉았다. 힘드니 더 허기가 몰려왔다.


매일 먹는 반찬은 질리고 간단하고 맛있게 먹을만한 걸 생각해 보았다. 간단하고 맛있다는 조건이 애초부터 잘못된 걸까. 마땅한 음식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어디선가 본 고추물이 떠올랐다. 간장양념이랑 비슷한데 청양고추를 다져 넣는 양념장이다. 당장 고추를 꺼냈다.


브런치_음식_고추물 (1).jpg 적양파를 사용하니 알록달록해서 보기도 좋다


우선 고추를 다진다. 나는 맵찔이니까 풋고추를 섞어 넣었다. 풋고추와 청양고추의 비율은 2:1로 했다. 양파도 다져 넣었다. 그리고 간장, 식초, 설탕, 참기름, 물을 조금 넣고 간장 기본양념을 만든다. 여기에 액젓과 간장으로 간을 맞춰주고 다진 마늘과 고추를 넣으면 완성이다. 다지는 것이 번거로워서 그렇지 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간단한 반찬이자 양념장이다. 양념장은 고슬고슬한 흰 밥 위에 끼얹어가며 먹는다. 입에서 착 감기는 맛이 좋다. 여기에 계란프라이와 마른김을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브런치_음식_고추물 (3).jpg 계란은 살짝 반숙이다. 고르게 한 숟가락 떠서 먹으면 꿀맛이다


밥을 허겁지겁 먹고 조금 있으니 손가락이 아려왔다. 빨리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청양고추를 겁도 없이 맨손으로 다져서 그런 것이다. 안 그래도 청소를 하느라 손이 퉁퉁 부었는데 손가락이 남아나질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가득 만들어둔 고추물을 생각하니 입맛이 돈다. 내일도, 모레도 고추물에 밥을 비벼 먹어야지. 국수에도 비벼 먹어봤는데 밥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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