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잘 살라고 말한다

by 구시안

단순한 일.

단순한 노동.

무엇으로도 더 단순하게 만들 수 없는 하루.


표현이라는 역설적인 치료약은

언제나 일상 속에 자리한다.


지성의 병은

감정의 병보다는 덜 아프고

불행히고 감정의 병은

육체의 병보다 덜 아프다.


자기에 위치를 바꾸거나

자리했다가 떠나는 사람을 배웅한다.

잘 살라고.

떠나는 자에게 긴 말은 필요 없다.

살아보니 그렇다.

고뇌는 사랑,

질투,

그리움 등의 감정만큼

우리를 아프게 하진 않는다.

스스로 고뇌하여 선택한 길에

후회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오히려

동고동락했던 이들을 떠나보낼 때

감정보다는

치통이나

복통이 더 아프다.


새로운 곳이 겁이 날 때가 있다.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떠나거나

다른 곳으로 가야 할 때의 감정이 그러하다.

대기 중에는 싸늘해진 맑은 즐거움이 떠 있고,

거리 사이에는 더러운 거리를 흥겹게 하는

일요일이라는 빨간 날이 걸려 있지만

봄의 하늘처럼 맑고 푸른 날에

지독한 노동으로 물드는 하루는

다행히 빠르게 지나갔다.


일요일 낮 용산 광장에는 다른 종류의 장엄한 움직임이 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다시 어디론가 사라지는 현상을 보게 된다. 열차가 있고 전국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역 근처에 쇼핑몰과 사람들로 가득 찬 공기가 가득했다. 누군가를 기다리느라 용산역 계단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평범한 세상만사가 그렇듯이 좁고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서울에선 흔히 보는 광경이다.


식사를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

그 상을 차리는 요식업의 사람들의 한숨이 길다.

요란한 소음 속에 몇 바퀴씩 도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시간의 태생적인 역설에 의해

지금의 나와 잃어버린 나 사이에서

그리고 또 다른 인물의 등장과

떠나는 사람들의 침묵으로

그리고

내 안을 들여다보는 시선 안에서

하루를 마감했다.


돈,

일,

사랑,

우정,

명예,

혹은 여행,

그리고 사람.


모두 소유했으나 떠나는 것을 보게 되는 순간이 오는 것처럼.

커피 한 모금과 담배 한 모금을 마시며 날려 버린다.

어설프게 아는 사이라면

초점만 좁힌다면

마음이라는 것이 열릴지도 모르나

사람마다 열리는 문이 다른 이유를 생각하지 않고

공평하게 떠나보내는 것이다.


부디 좋은 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하며

웃으며 일하게 되길

그 일상이 이왕이면

웃음 짓는 꽃들이 많아지길

빌어주는 것이다.


잘 살라고.

단 한 마디면

나에게는 이별이 된다.


무방비로

나란히

비뚤어진 꿈을 꾸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원하는 것을 해봤고 망해도 봤고, 한 분야 오래도 있어 봤고 올라가도 봤고, 낙하하며 떨어지는 순간을 즐기기도 했다. 목표를 향해 미쳐 날뛰는 힘이 세상에는 많아, 낮과 밤을 천천히 걷기로 하면서, 그래도 마음이 가는 사람들을 만나 일을 함께하고 떠나가는 그 사람들의 행렬을 바라보면서도, 겉으로만 별이 총총한 고공에도 열망했던 자신이 비행한 마일수를 새겨본다면, 그렇게 우연이든 필연이든 부딪혀 만나게 되는 사람들 안에 참 오래도 있었다.


새로이 견디며

새로운 곳을 찾게 되겠지만,

함께 그래도 길던 짧던

소속되어 있다가 떠나가는 사람의 안녕을 빌었다.


허겁지겁 치러낸 하루가

이곳에서도 견디며

견뎠을 그들을 응원한다.


적당한 균형이 잡혀

둥지 같은 것을 형성하여

소박하나 포근하길 바란다.


무조건의 종소리는 없다.

사람이 그렇다.

울리는 종소리를 시작으로

함께하지만

그 종소리는

언젠가 들리지 않는다.


시간으로 검어진 흔적 안에

가끔 떠오르게 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모든 이것은

반쯤 빛나는 태양이길

그 밝고도 그늘진 곳에

잠시 함께 있었음을 감사하며.

더 이상

중얼거리는 국자를 들지 않게 되길 바란다.


평평해질 수 없는

작은 언덕의 존재처럼

머리가 무겁고

깊이를 반기는 구름이

또 다른 곳으로

자신을 실어나를 테지만,

그 너머로

부디,

자신의 동공을 따르는

햇살이 가득하기를.





Opus - ending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을 듣는 밤입니다.

이별은 있으나

끝은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새로운 또는 기억될

사람이 자리할 뿐입니다.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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