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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오늘 Sep 06. 2024

여름을 보내며




고개 들어 눈부신 초록빛 사이를 헤집어

푸른 도화지 한 장을 꺼내든다

나는 곧 깨끗하고 잔잔한 물결을 떠올린다

물결의 얼굴이 단아한 너를 닮았다

하얀 구름 점토로 조물거려 만든 붓을 들고

너의 또렷한 눈과 속눈썹을 그려본다

어느새 다 그린 네 얼굴이 나를 보고 웃는다

마지막으로 저 태양의 붉은색을 손에 찍어다

네 두 볼에 조심스레 물들이면


실제보다는 조금 덜 아름답지만

내가 그리는, 네 얼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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