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종록 시세상(4)
[이 시는 <개벽신문> 제84호(2019.5)에 게재된 것입니다]
이연실의 찔레꽃을 듣는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 꽃.
찔레 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
사실은 찔레꽃을 먹는 게 아니라 찔레 순을 꺾어 껍질을 벗겨내고 먹는 거다. 씹는다고 해야 하나.
연한 가시가 박힌 순의 껍질을 벗겨내고 미끄덩거리는 푸르스름한 속살을 입에 넣고 씹으면 사각거리면서도 약간은 달콤한 향기가 미뢰를 자극한다. 허기져본 사람은 알지. 찐득거리는 삶의 달착지근한 맛을. 올해도 여전히 봄은 오고 찔레나무는 또다시 꽃을 피우기 위해 온몸으로 푸름을 더해간다. 이상하게 찔레꽃만 마주하면 누군가의 죽음이 생각나면서 목이 멘다. 도무지 떨칠 수 없는 트라우마다. 그리고 국가적 대 재난이었던 세월호 참사 5주기. 별이 되어 떠난 아이들을 생각한다.
살아남은 사람의 몫은 더는 그런 불행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심정으로 떳떳하지 못한 것을 파헤치고 불의에 맞설 일이다. 그래도 떠나간 사람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해마다 봄은 오고 찔레꽃은 다시 피지만. 너는 왜 여전히 차가운 땅에 누워 저기 흐르는 하얀 구름들만 바라보고 있는지, 음~ 바라보고만 있는지(양희은 ‘찔레꽃 피면’ 중에서).
심종록
199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는개 내리는 이른 새벽』『쾌락의 분신 자살자들』 등의 시집과 전자시집『빛을 향해 간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