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묻고, 의료인문학이 답하다
*이 글은 <새책소개> 글입니다.
이 책은 세계사의 변곡점이 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과 코로나 이후 세계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한다. 집필진들은 모두 ‘의료인문학’이라는 부문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의료 부문과 인문 부문의 연구자들로, 역사적-의료적-문화심리적인 다방면에서, 그리고 개인에서부터 사회와 세계 전체에 이르는 다양한 층위에서 진단하고 그 치유의 방향과 방책을 이야기하는 ‘코로나 인문학’을 전개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정체와 감염병의 역사, 이들을 둘러싼 개인과 사회, 각 국가 및 시민의 대응 양상, 코로나(자연)과 인문학(인간)이 소통하는 가운데,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과 공존의 전략을 제안함으로써 새롭게 도래하는 미래상을 제안하고 제시한다.
대상과의 ‘거리’는 인문학의 본성인 근본적이고 성찰적인 접근을 위한 기본 바탕이 된다. 그러나 원심력에 상응하는 구심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 ‘인문학의 위기’는 자초된다. 사회로부터의 거리두기와 사회(인간) 속으로 들어가기를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시지프스의 운명은 (인문)학자에게 필연적인 것일 터이다. 그것이 균형을 이룰 때, 인문학은 우리(인간-세계)를 절묘하게 희망의 길로 안내한다. ‘코로나19’라고 하는 전대미문의 ‘팬데믹’ 상황에 직면한 ‘인간’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코로나 인문학: 코로나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다.
코로나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으로서, 그 실상과 방역에 미시적으로 접근하는 한편으로, 코로나19 자체로부터의 거시적인 ‘거리두기’를 통한 인문학적 성찰을 하는 것은 우리(인간)가 코로나19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고, 다음의 진전된 세계로 나아가는 유일하고, 유효한 길이요, 일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이래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새로운 정보들이 쏟아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에 대한 진단도 다양하게 쏟아진다. 이때 ‘코로나 이후 시대’의 개인-인류 필요한 첫 번째 덕목은 이러한 정보를 이해하는 ‘코로나 문해력’이다.
이 일에 최적화된 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이 ‘의료인문학’이다. 의료인문학은 인간이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순간부터 함께해 왔던 ‘질병’, 그리고 그것이 인간 존재와 인간의 역사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그리고 질병-의료라는 키워드로 인간사회와 세계의 실상을 조명하는 데에 특화된다. 누구에게나 ‘나 자신’의 문제이며,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함께하는 주제이다.
‘질병-의료’이야말로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인 기제이면서, 특히 ‘세계’(환경)과의 관계까지 아우르는 분야이다.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은 ‘의료인문학’이라는 미지(未知)와 미성(未成)의 학문을 개척하는 와중에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하였다. 그리고 의료 부문과 인문학 부문의 다방면에서 전문성을 갖춘 연구진 풀을 가동하여 이번 사태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과 진단, 그리고 치유의 방향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점에서 ‘의료인문학’은 어쩌면, 인류가 ‘우연히’ 직면한 ‘코로나19’를 위하여 예비(豫備)한 ‘마지막 병기’같은 것처럼 느껴진다. ‘코로나19’는 단지 ‘의학적인 문제’일 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일구어 온 문명과 그로 인한 기후위기라는 재난적 자연(환경) 상태,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인간 사회(지역-사회-국가-세계)의 정치, 경제, 문화 전 영역을 아우르는 복합적, 중층적인 사태이기 때문이다. 의료-인문의 결합은 이 사태를 이해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데에서 최적화된 패러다임인 셈이다. ‘코로나19’는 무엇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질문한다.
인간과 그 인간이 구성한 사회-문명세계는 자연-비인간 생명체와 구분되는 존재라는 인식의 해체 - 인간과 비인간 세계(사회와 자연)은 본래부터 분리될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의 재발견, 각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나아가 공동체란 무엇인가, 개인의 자유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안전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또 묻는다. 그런 점에서 의료인문학은 코로나19의 도전에 적극적으로 응전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 응전의 결실이 [[코로나19 데카메론: 코로나19가 묻고, 의료인문학이 답하다]]이다.
“데카메론-10일 동안의 이야기”라는 이 책의 제목 그대로, 이 책은 모두 모두 7개의 영역(部)에 걸쳐 32가지 흥미진진진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응답’으로서는 아주 짧은 시간에 신속하게 풀어놓았다.
1부에서는 코로나의 정체(正體)와 지금-여기에서의 현상을 진단하고(“너를 말한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코로나19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배경으로서 감염병의 역사를 살펴본다(“역사를 들춰보다”). 3부에서는 코로나19가 인간의 소통 영역에서 끼치는 영향을 말과 정보의 유통 측면에서 살펴보고(“말과 정보를 감염시키다”), 4부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인간 사회에 어떠한 파장을 일으키는지를 진단-해부한다(“사회를 습격하다”). 5부에서는 코로나19와 마주한 세계 각국의 반응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그 서사(敍事)를 확장한다(“세계를 시험하다”). 6부에서는 국가 정책의 이면과 측면에서 코로나19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노력과 그 속에서 깨어나는 새로운 사회-세계의 가능성을 본다(“시민의 힘을 깨우다”). 끝으로 7부에서는 우리(인간-세계)가 코로나19 이후에 맞이할 세계를 어떻게 상상하고 실현할 것인지 가늠하기 위하여, 우리(인간-세계)의 삶의 궤적을 돌아보고(성찰), 인류가 나아갈 길, 그리고 그와 더불어하기 위하여 ‘의료인문학’이 나아갈 길을 짚어본다(“미래를 생각한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한국은 ‘K-방역’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K-방역’은 ‘K-모델’, 즉 “한국모델”에 대한 세계인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의료인문학’의 패러다임으로 접근한 이 책은 앞으로 세계인에게 우리 스스로를 더 깊이, 더 넓게 설명하는 틀로서의 ‘K-인문학’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인문학’은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가 멀어질수록 더 곰삭아지고 깊은 맛을 내지만, ‘코로나 인문학’의 요구에 응답하는 [[코로나19 데카메론]]은 지금-여기의 현장 속에서 그 생생함을 기록하여, 본격적인 인문학을 위한 동력과 자양을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의료 인문학이 모든 해답을 일거에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인문학의 본령은 ‘정답’을 내놓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물음에 대하여 되묻고’ ‘그 물음의 정당성을 진단’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성공’과 ‘승리’를 위한 매뉴얼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실패 속에서도 배우고, 패배하더라도 좌절하지 않으며, 위기와 공포 속에서도 지성과 감성을 잃지 않은 인간의 품격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인문학, 특히 의료인문학의 특장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데카메론: 코로나19가 묻고, 의료인문학이 답하다]] 또한 그 물음의 순환 과정을 통해, 몸과 마음의 튼실한 수양을 통해, 인간(개인과 사회-국가)과 세계가 걸어가야 하는 선한 길을 열어준다. 그렇게 해서,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다시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에 대하여,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의 세계와 인간은 어떠한가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준다.
* 이 책은 6월 1일(월)부터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