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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un 28. 2020

미디어가 닿는 만큼 세계는 열린다

-<<미디어 빅히스토리 입문>> 이야기 2/2



'기레기'와 '기더기'를 넘어서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기대하며


최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련의 전국적인 시위 사태에서 ‘언론 보도의 공정성’은 특히 문제가 되었다. 이른바 촛불혁명을 점화시킨 출발점을 제공한 것도 언론이었지만, 그러한 ‘언론의 위대한 힘’에 환호하는 경우보다 보수언론의 ‘적폐스런 언론권력’에 비판하는 일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훨씬 더 방대하고, 이제는 진보-보수를 불문한 전방위적인 비판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레기’ ‘기데기’라는 말이 우리 시대의 최고 유행어가 되고 있는 상황이 이를 반증한다. 


이것이 ‘언론의 편향성’이나 ‘받아쓰기’ 관행, ‘제목 팔이’ 사태에서 비롯된 것인지, 특정인이나 특정권력에 경도된 이른바 ‘빠’들의 극성이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태인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다. ‘종편’의 등장은 이런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이고, 한편으로는 SNS를 비롯한 ‘뉴미디어’의 위력이 ‘레트로 미디어’의 위력을 압도해 가는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때에 기성 언론은 점점 더 ‘불공정’과 ‘객관을 가장한 편향’의 유혹에 휩쓸리기 쉽고, 그러므로 언론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념과 실행이 더욱 더 요구된다. 


새롭게 전개되는 미디어 환경을 고려하여 저널리즘의 공정성과 객관성의 개념을 새롭게-근본적으로 정의하여 이를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미디어 내부적 시각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미디어 빅히스토리’와 같은 과학적이고 폭넓고 다양한 철학-인문학적인 관점과 접근이 요구되는 일이다.  인간은 이기적임에도 불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일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불의에 저항하기도 한다. 객관성과 공정성은 일견 도달할 수 없는 가치인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본성이 지향하는 지점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널리즘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요구하고, 그에 반하는 경우 저항하는 대중의 심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미디어’는 소수 집단에 장악되어 그 요구와 저항은 와해되기 일쑤였으나, 오늘날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서 비로소 그 요구와 저항은 ‘레트로 미디어’를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기존의 언론권력이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언론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요구를 자신들에 정당성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데서부터 오늘날 ‘미디어를 둘러싼 갈등과 위기의 심화’가 초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미디어의 새로운 이해와 커뮤니케이션학의 새로운 전개를 향하여 


오늘날 전 지구적인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내용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5G, 양자컴퓨터 등을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 융합, 나아가서 미디어와 생명공학의 융합을 통한 ‘미디어 혁명’으로 촉발되고 추동되고 귀결된다. 사실 1차 산업혁명에서 3차 산업혁명까지도 모두 미디어와 직간접적인 연관성을 갖는다. 1차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의 산업사회의 전개에 병행하여 대중적 상업지의 시대와 더불어 진행되었고, 2차 산업혁명은 전자기학의 성립과 병행한 방송·통신와더불어 전개되었다. 3차 산업혁명은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한 트랜지스터-반도체의 발명-발전으로 컴퓨터의 대중화 및 인터넷과 더불어 정보화 시대로 전개되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개에서 미디어는 전보다 더 근본적이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디어에 대한 커뮤니케이션학은 이러한 시대변화를 설명하고, 나아가 그에 맞는 패러다임을 재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디어 빅히스토리’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첫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제1부 미디어 빅히스토리를 위한 논의>에서는 기존 역사 서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특히 미디어학을 포함하는 사회과학의 한계를 함께 지적하면서 역사 서술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였다. 이로써 ‘지금 왜 미디어 빅히스토리인가’를 이야기했다. <제2부 코스모스와 미디어>에서는 우주와 생명, 지구를 인식하는 새로운 세계관, 과학·기술의 발달과 자연과학, 미디어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서술했다. 거시세계인 코스모스에 이어서 미시세계인 마이크로 코스모스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제3부 근대 이후 과학과 미디어>에서는 근현대 미디어의 역사를 간략하게 서술하고 자연과학의 발전은 곧 미디어의 변화를 불러오는 사례와 구조, 원리를 이야기한다. 또 개념의 형성 과정과 저널리즘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해 정리하고, 끝으로 복잡계인 인간사회와 이 우주를 설명하는 최신의 복잡계 물리학의 관점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의 현재 위치와 전망을 논의한다. 


다시 정리하자면...


<<미디어 빅히스토리 입문>>은 ‘빅히스토리’라는 역사학의 방법론으로 미디어의 역사와 원리를 새롭게 조명한다. 빅히스토리는 역사학의 범위를 빅뱅에서부터 현재까지 양적으로 확장하고, 다양한 학문분야를 포괄하는 인식 지평의 질적 확산을 꾀하는 것으로, 오늘날 복잡계로 인식되는 인간 세계의 실상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유용한 학문적 패러다임이다. 이 책은 ‘미디어 빅히스토리’의 관점으로 사회과학으로서의 미디어학을 자연과학과의 융합을 통해 새롭게 인식하고 ‘미디어 인문학’으로서 그 지평을 확장함으로써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미디어가 개인화와 만인화, 만물화로 이어지는 확장성과 개별성의 양방향으로 진화하는 시대의 개개인에게 건강한 삶을 위한 지혜의 장을 열어준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미디어'가 가는 만큼 인간의 인식과 존재가 확장되고, 또 열림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열린 문으로, 새로운 세기, 지금-여기의 미래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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