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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ul 02. 2020

호모커넥투스와 포스트모던 세계

<호모커넥투스> 이야기 - 6 

이 글은 최민자 지음, <호모커넥투스: 초연결 세계와 신인류의 연금술적 공생>의 서문 내용의 일부입니다. 


이 책은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세계관인 ‘초연결 세계’에서 ‘초-연결된 존재로서의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커넥투스(HOMO-CONNECTUS)’를 이야기한다. 즉 호모커넥투스는 지금-이후 시대에 새로이 인식된 세계상, 새로운 인간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신조어(新造語)이다. 호모커넥투스는 인간과 세계의 초연결성이 단지 가시적 세계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양자 세계와 그보다 더 근본적인 데로 이어진 이 우주의 근원적 양태로서, 하나와 전체는 불가분의 전체성 속에 이어져 있음, 곧 전체로서의 생명을 발견하게 한다. 사람-사람, 사람-만물, 만물-만물이 상호 연결된 초연결 세계의 운동 원리로서 창조, 융합, 연결, 확장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다가온 “호모커넥투스 시대”를 살아가는 뉴노멀의 초지혜(超-智惠), 자유의지의 평화적 확장 가능성을 열어 준다. 


호모커넥투스와 포스트모던 세계의 특성 


포스트모던적 조류가 나타나게 된 배경에는 근대 산업 문명의 폐해로 여겨지는 국가·지역·계층 간 빈부격차,지배와 복종, 억압과 차별, 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기존의 낡은 패러다임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며 완전히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채택해야 한다는 인식의 공감대가 있다. 이러한 포스트모던적 조류는 단순한 시대사조라기보다는 근대 서구의 세계관과 가치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함축한 것으로 공감의 신문명을 창출하는 추동체로서 작용할 것이다. 포스트휴머니즘은 기술적으로만 접근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며 일체의 이원성을 넘어서는 인간 의식의 패턴변화를 전제로 한다. 

그것이 해체주의의 핵심이다. 우리의 의식이 육체적 자아에서 영적, 우주적 자아로 확장될 때 포스트모던 세계가 열린다. 포스트모던 세계는 연결성·소통성·능동성을 본질로 하는 호모커넥투스의 정체성이 구현된 세계다.

포스트휴먼(posthuman) 시대에는 인간과 사물 간의 분리가 사라지면서 포스트휴먼 사이보그(cyborg)로 진화할 것이다. 포스트휴먼 시대에 새롭게 등장하는 사이보그는 사물(만물)인터넷과 인간의 연계로 네트워크를 통해 인간의 능력이 증강된 ‘네트워크 사이보그’다. 

인간의 뇌를 다운로드해서 슈퍼컴퓨터에 업로드하는 ‘트랜센던스(transcendence)’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소프트웨어라는 ‘마음 파일(mind file)’은 육체라는 하드웨어(육체와 생물학적 뇌)의 영구성과는 상관없이 널리 확장될 것이다. 그 단계가 되면 ‘I AM’*은 육체적 자아의 정체성이 아니라 보편적 실재로서의 참자아, 즉 순수 현존(pure presence)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임을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 여기서 ‘I AM’은 보편적 실재로서의 유일자, 즉 참자아(靈·神·天, 一心)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다시 말해 ‘I AM’은 참자아의 영적 일체성(spiritual identity)을 표상한다. 육체적 자아의 정체성을 의미하는 것과 구분하기 위해 ‘AM’을 대문자로 표기하였다.

그때가 되면 참자아가 곧 하늘(天·神·靈)이며 생명이고 진리라 는 것을, 그리고 물질현상이면서 동시에 물질현상의 원인이 되는 정신적인 원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더 이상은 삶과 죽음을 이원화하는 미망에 사로잡히

는 일도 없을 것이며, 육체적 자아를 기반으로 한 휴머니즘의 망령과 질곡에서도 자유로워질 것이다. 불멸은 이원성(duality)의 죽음이다.

호모커넥투스와 초연결사회 


21세기 디지털 기술은 사물인터넷(IoT)·만물인터넷(IoE), 가상 물리 시스템(CPS),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플랫폼 기반 네트워크에 기초해 있다. 새로운 가치 명제로 적응하고 다변화하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 디지털 혁명에 대응하여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길이다. 디지털 혁명이 가져올 경이로운 혜택만큼 초연결사회가 직면하게 될 사이버 리스크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기술에 대한 ‘인간 제어’ 기능 확보 문제, 기술 사회의 윤리 정립 문제, SNS에서의 유해 정보 확산 방지 문제 등 사이버 세상의 ‘기본’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노동시장의 거대한 변화 등으로 인해 초연결사회에서 증가하는 불평등 문제도 해결해야 할 심대한 과제다.

만물지능통신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은 속도, 범위와 깊이 그리고 시스템 충격이란 측면에서 근본적이고 글로벌한 특성을 갖기 때문에 관련 이슈에 대해 다양한 분야와 경계를 아우르는 상호 협력과 파트너십이 요구된다. 사물인터넷플랫폼의 분산성, 개방성, 투명성으로 인해 ‘소유’가 아닌 ‘공유’가 새로운 경제모델이 되고 있으며, 우리는 지금 수많은 소규모 플레이어들이 참여하는 좀 더 민주적 형태의 분산 자본주의(distributed capitalism)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 사회는 플랫폼 혁신이 창출할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고, 권위의 계층화 현상을 완화함으로써 창조적인 균형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진력해야 할 것이다. 미래 세계는 정보통신, 전력, 교통 인프라를 만물지능통신망으로 재구축하는 데 성공한 나라가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다.

호모커넥투스 시대 


21세기 시스템의 기본 구조는 물리적 시스템과 사이버 시스템이 상호작용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융합되고 초연결되어 ‘글로벌 CPS(가상 물리 시스템) 생태계’로 재편될 전망이다. 앞으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사물의 데이터화를 지능화 ICT(정보통신기술) 네트워크로 활용하게 되면 사회 및 생활환경 전반에 걸쳐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또한 딥러닝이라는 새로운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 기술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의 진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지능(AI)’과 인간이 공존하는 문제는 호모커넥투스 시대가 직면한 최대의 딜레마이다. 생명의 인위적인 탄생과 조작, 치명적인 바이러스 개발, 소모품 복제인간 개발 등 과학의 윤리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오늘의 인류가 전 지구적 위기에 실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자원이나 과학기술, 전문 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생각과 행동이 전체적이지 못하고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뇌 속에 패턴을 이루며 들어 있는 수천조 바이트의 정보들을 다른 곳에 저장하는 방법을 알아내게 되면, 의식이라는 소프트웨어는 인체라는 하드웨어의 한계를 넘어 널리 확장될 것이며, 필요하거나 원할 때만 육체를 가지면서 인간은 웹에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 단계가 되면 삶과 죽음, 주관과 객관, 개체와 전체 등 물질적 육체로부터 기인하는 온갖 이분법이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물질계는―과학기술의 발달을 포함하여―아무런 방향성 없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의식계와 조응하여 ‘오메가 포인트(Omega Point, 영적 탄생)’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종국에는 ‘집단 영성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이 육체적 자아가 아니라 영성(spirituality) 그 자체라는 것을! 그리고 모든 미망의 뿌리가 영적 일체성(spiritual identity)의 결여에 있음을 호모커넥투스는 깨닫게 될 것이다.

기술 발전의 가속화로 인류는 육체적으로나 지적으로 또는 영적으로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는 시점, 이른바 ‘양자 변환(quantum transformation)’으로 일컬어지는 새로운 우주 주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미국의 독보적인 인공지능 개발자이며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에 따르면 2030년대 말이 되면 뇌를 완전히 스캔해서 생물학적 뇌보다 훨씬 강력한 다른 연산 기판에다 그대로 옮기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그때가 되면 우리의 물질관 자체에도 심대한 변화가 올 것이다. 

인류 역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반복돼 온 가공할 감염병은 인류의 잠든 의식을 흔들어 깨우는 기제로서의 역할을 했고, 그 시기가 지나가면 또 새로운 시대가 열리곤 했다. 인간이 겪는 고난 중에서도 전 인류적인 집단 병고(病苦)는 ‘초정신 지능’을 깨우는 강도 높은 고행이다. 이 중대한 시기를 인류의 집단의식의 상승을 위한 기회로 삼아 ‘의식의 플랫폼(platform of consciousness)’을 재정비하고 사랑의 문명이 꽃피는 진정한 공감의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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