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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Oct 03. 2023

내가 진짜, 집이 같은 가슴은 보다보다 첨 봤어

저는 어떻겠어요 이모님 (유난했던 젖몸살 이야기1)


내 가슴 사이즈는 B컵이다.

주기에 따라 꼭G의 민감도가 달라지긴 했지만

크기 변화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첫 애를 임신했더니 가슴이 끝도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나의 유연하지 못한 자궁의 부족함을 대신 만회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가슴은 임신 주수에 비례해서 계속 자라더니

마침내 E컵이 터지려고 하니까 아기가 태어났다.


활성화된 만큼 열이 어찌나 나는지,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만 해도 가슴사이로 땀이 주르륵주르륵 굴러갔다.

이게 무슨 대재앙을 의미하는지, 아무도 나에게 알려주는 이가 없었다.


목욕탕에서 다른 사람들과 견주어보면 내 가슴은 참말로 수줍은 처녀였었다.

유륜도 꼭지도 아주 작디작았다.

임신을 하니 경주찰보리빵 만 해졌다.

맙소사 오 마이갓-


이미 많은 전조증상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미처 읽지 못했던 시그널들은
출산 이후 나흘 째 되던 날 터지고 말았다.


퇴원한 다음 날이었다.

그날은 조리하러 친정으로 건너가기로 한 날이었다.

차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있던 친정에 도착해서 짐을 푸는데, 가슴이 묘하게 저릿하고 아파왔다.


그러더니 실시간으로 가슴이 커지기 시작했다.

무슨 원자력 발전소라도 가동되는 것 같았다.

산부인과 수유실에서 아기에게 물릴 때는 그렇게 많이 힘들지 않았던 젖 물리기가 찢는 듯이 예리한 통증이 되어 갑자기 나를 공격했다.


검색을 하더니 남편이 말했다.

"아! 삶은 양배추를 차갑게 해서 가슴에 붙이면 좀 나아진대!"

아빠가 부랴부랴 양배추를 사 오셨고

엄마가 재빨리 삶아 냉동실에 급랭을 시키셨다.

효과는 없었다.

그렇게 해서 될 가슴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양배추 따위로는 택도 없었다.


남편이 나가서 유축기를 사 왔다.

가슴에 대고 손으로 압착하는 방식이었다.

몇 시간 사투를 벌이던 나는 포기했다. 너무 아팠다.

아직 길이 나지 않은 가슴에다 생짜로 빨아들이다니, 피부가 다 찢어지고 있었다.

"아아, 이건 안 돼. 이건 스스로 자학하는 거야. 이딴 걸 누가 만든 거야? 병원에서 보니까 전기로 해서 젖소들한테 하는 것처럼 위잉 위잉 하면서 유축하는 거 있었어. 그걸로 다시 구해다 줘."


이미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엄마는 뜨겁게 삶은 수건을 가슴에 올려서 풀면 된다고 하고, 수건을 준비하는 동안 저 유축기로는 안될 것 같으니 서방이 입으로라도 빨아서 젖을 꺼내보라고 했다. 엄마젖을  지 32년이 된 사람이 그걸 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오셨다.

아기는 잘 자고 있는데, 온 집이 비상사태 모드로 어른들이 동분서주하고 있었으니 이모님도 허둥지둥 산모 젖 풀기에 투입됐다.


안돼 안돼 이거 안돼.

메델라 유축기를 남편이 사 왔다.

이미 가슴은 럭비공처럼

정말 딱 그 모양과 단단함으로 가슴에 쾅쾅 박혀있었다.


이제 난 눕지도 앉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회음부는 아파 죽겠는데, 몸을 조금이라도 기대고 누울라치면 이 럭비공들이 쏠리면서 숨 막히는 통증을 냈다.

밤이 되자 나는 열이 펄펄 나고 눈이 뒤로 까무러치려고 했다.

나는 외쳤다.

"아악! 나 안 되겠어. 응급실에 가야 돼!!"


가슴이 너무나 아려서 옷을 입을 수도 없었다.

밖은 눈보라가 휘날리고 있었다.

맨 몸에 목도리를 감싸고 위에 패딩점퍼를 입었다.

잠옷바지를 입은 채로 맨발로 어그부츠를 신었다.

응급실에 가는 7,8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도착하자마자 접수는 남편에게 내쳐두고 의사 선생님께 성큼성큼 다가가며 옷을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 좀 살려주세요!!"


마약성 진통제를 정맥주사하며 유축을 했다.

한쪽 가슴에서 각각 700ml가 넘게 모유가 나왔다.


이제 해결이 되었을 거라 믿었다.





#젖몸살

#유선염

#시그널

#메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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