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서

by 김경래



소나기에 젖으면 이미

과거다

뒤뜰 청보리밭을 쓸던

연둣빛 햇살이다

마루 끝에 앉아 바라본 신작로다

반짝이는 바람이 일던

은사시나무다

길의 끝에서

수없이 돌아보던 너의

옹송그린 등이다

잎사귀마다 은색 별이 뜨고 지던

아득한 손짓이다


작약꽃 붉던 오후

무명 같은 어머니가 다래끼에

노란 수수잎을 담아

장광밭으로 나가고

홀로 남은 내가

묵언으로 키우던 꽃밭에

소나기가 내렸다


놓친 기억으로 자란

나의 사시나무에

너의 별이 걸리고 그날의

소나기가 내린다


수수꽃 같던 어머니가

수수잎처럼 젖고

젖은 나의 꽃밭은

과거로 간다


꽃잎이 비에 젖으면

사연이 된다.


- 나뭇가지 붓글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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