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신발이다
이제 드디어 시작하는 장비 이야기!
하나하나 할 말이 너무 많지만,
최대한 간단하게 두세 편 정도에 걸쳐 얘기해보려고 한다. 왕초보 트레일러너의 시점에서!
스포츠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필수품,
그것은 바로 신발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신발이 가장 중요하다.
과장이 아니다.
이건 진지하게 운동강사로서의 커리어와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직접 겪은 사실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정말 타고나게 예민한 발의 소유자이다.
어릴 적 수영 레슨을 두 달 만에 그만둔 것도,
잘 자다가 갑자기 쥐가 나서 발가락이 꼬여 잠에서 깨곤 했던 것도
모두 선천적인 오른발의 문제 때문이었다.
물론 이제는 그렇지 않다.
수영도 처음부터 다시 배웠고, 자다 쥐 나서 깨는 일은 아예 없다.
어떻게 극복했냐고?
셀프 마사지, 발 주변부 기능성 운동, 꾸준한 근력 운동 등으로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지를 만보 정도만 걸어도
발과 종아리가 피곤해 견딜 수가 없었다.
유럽 여행을 갔을 때도
(그 유명한 호카 신발을 신었는데도),
하루 만 보를 걸으면 그날 일정은 강제 종료였다.
사실 그래서 유산소 운동, 특히 달리기가 두려웠다.
그런데 매체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자고 마음먹은 이상, 더 이상은 유산소 운동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최근 몇 년간 이도저도 아닌 “일반인” 몸매였기 때문이다.
물론 “배우가 무슨 몸매야 연기력만 좋으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 같은 무명배우는 이미지가 캐스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아무리 연기력이 좋아도 정통 사극의 기생으로는 캐스팅이 어렵다는 얘기다.)
내 이미지와 딱 맞는 캐릭터를 구축하자면,
lean & fit
즉 체지방은 적고 근육량이 많은 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아. 체지방을 태우자.
이제 나도 유산소 운동을 해보자.
웨이트 트레이닝, 러닝머신 달리기, 야외 달리기, 오래 걷기에 딱 맞는 신발은 사실 다 다르다.
브랜드와 그 브랜드 안에서의 라인에 따라서도 형태와 착화감 등이 다르다.
몸에 대해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는 선천적으로 오른발 아치가 더 무너져있어서
오른발과 종아리가 쉽게 피로해지고, 족저근막염도 쉽게 생긴다.
그래서 나에게 신발은 그 어떤 장비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그 중요한 결정은 어이없게도 너무 쉽게 내려졌다.
“뉴발란스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신발을 사자.”
그 이유는 이랬다.
1. 마라톤이 취미인 회원이 러닝화는 뉴발이 좋다고 했고
2. 뉴발란스 자체가 아치 서포트(발이 편한 깔창)와 러닝에서 시작된 브랜드이며
3. 최근에 산 뉴발 일상화가 발볼러인 내 발에 착붙
4. 공홈에 있는 게 아무래도 좋겠지
5. 회원 가입하면 할인도 해주네?
그래서 선택한 모델은
프레쉬폼 860 V14 여성용 (D)
(D는 넓은 발볼을 의미한다. 뉴발란스는 발볼 알파벳 표기가 있어 친절하다!)
일단 러닝머신에서 뛰어보았다.
기존 신발과는 전혀 달랐다.
폭신한 쿠셔닝과 안정감 있는 발목 지지,
그리고 나를 앞으로 밀어주는 듯한 곡선의 형태.
첫 야외 러닝에서도 심장은 터질 것 같았지만, 발은 편했다.
처음 느껴보는 편안함이었다.
무작정 트레일러닝 대회를 신청했다.
"트레일러닝화 필수 착용"이란다.
아, 신발이 따로 있구나.
뛰는 지면이 다르니 당연히 신발도 달라야 했다.
러닝화는 보통 쿠셔닝이 좋고, 접지력은 보통이며 접지면의 홈이 깊지 않고 매끈한 편이다.
반면 트레일러닝화는 접지력은 아주 아주 좋지만, 쿠셔닝이 너무 좋으면 오히려 불안정할 수 있어서 러닝화에 비해 단단한 편. 그리고 보통 내구성이 좀 더 좋다.
"아 이건 또 뭘로 산담."
하지만 고민은 짧았다.
뉴발란스에서 트레일러닝화도 나온다니,
나는 주저 없이 뉴발란스 프레쉬폼 이에로 V9을 선택했다.
이에로 여성용은 발볼 단계가 D(넓음)가 아닌
한 단계 좁은 B(보통)이기도 하고,
연한 여성용 색깔보단 진한색이 좋아서
조금 더 무겁긴 하지만 남성용으로 최종 구매를 했다.
결과는 대만족.
발볼이 넓어 편하고,
발목이 자유로우면서도 불안하지 않다.
밑창은 비브람이라 접지력도 GOOD.
트레일런 대회를 앞두고 엄마와 가볍게 북한산에 다녀왔었다.
엄마는 이제 무거운 등산화가 힘들다며 가벼운 골프화를 신고 산을 올라가셨다.
내 신발을 보며 부러운 눈길을 보내는 어무니.
그래서 똑같은 모델의 여성용 라이트 그린 컬러를 주문해 드렸다.
너무 좋아서 아끼느라 자주 못 신는다고 하신다. ㅎㅎ
기존에 애용하던 나이키 신발은 하나둘씩 박대당하고
나는 뉴발란스 예찬론자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어떤 회원은
"뉴발란스 신발이 너무 넓어서 불편해서 못 신겠다"며
아디다스의 특정 라인만 몇 개씩 바꿔가며 신기도 하고
"트레일런 할 거면 신발은 무조건 호카(HOKA) 아님?"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테다.
결국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이다.
왕초보 트레일러너로서,
일단 접근이 쉬운 (그리고 애정하는) 브랜드에서 선택을 했다는 점은
마지막으로 꼭 남기고 싶다.
... 물론, 다음 시즌에 갑자기 다른 신발에 꽂힐 수도 있다.
원래 장비병이란 끝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