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醜
현대인들에게 얼굴은 더 이상 얼굴이 아니라 하나의 프로젝트다. 거울 앞에 서는 순간, 우리는 모두 부족함의 목록을 작성하는 회계사가 된다. 코가 너무 낮다, 턱선이 흐리다, 눈이 작다. 마치 자신의 몸이 수정되어야 할 오타투성이 원고인 것처럼. 이 잔혹한 자기검열의 시대에, 자연스러운 얼굴은 하나의 죄가 되었다.
나는 이 광기에 분노한다. 열여덟 살 소녀가 코끝에 실리콘을 넣기 위해 용돈을 모으고, 스무 살 청년이 자신의 턱뼈를 깎아내기 위해 알바를 할 때, 이것을 개인의 선택이라고 부르는 사회에 분노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강요된 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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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얼굴들을 보면, 모두가 같은 앱의 필터를 통과한 것처럼 묘하게 닮아있다. 볼은 달걀처럼 매끄럽고, 코는 조각상처럼 반듯하고, 눈은 인형처럼 크다. 개성이라는 것이 사라지고, 하나의 완벽한 주형에서 찍어낸 듯한 표준화된 얼굴들만 남았다.
보드리야르가 말한 시뮬라크르의 제국. 원본 없는 복사본들의 무한증식. 그런데 정작 그 '완벽한' 원본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연예인의 얼굴도 이미 수차례 수술을 거쳤고, 그마저도 포토샵이 다시 조작한다. 우리는 허상의 허상을 쫓아가며 자신의 살을 칼로 베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가장 교묘한 함정이다. 불안을 창조하고 그 불안을 상품으로 해결하라고 속삭인다. 화장품 광고는 당신이 지금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다. 당신에게 결함이 있으니 우리 제품으로 그것을 가리라고 말한다. 성형외과는 당신의 고유함을 축하하지 않는다. 당신이 평균에 미달한다며 수술대로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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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할머니의 주름진 손을 기억한다. 그 손에는 육십 년의 세월이 새겨져 있었다. 밥을 짓고, 아이를 기르고, 텃밭을 가꾸며 살아온 흔적들이. 그런데 언제부터 이런 삶의 흔적들이 지워져야 할 오류가 되었나? 언제부터 시간이 새기는 이야기들이 부끄러운 것이 되었나?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이 모든 것이 '자유'와 '자기표현'의 이름으로 포장된다는 사실이다. "내 몸은 내가 결정한다"는 구호 아래 자행되는 이 집단적 자해를. "나를 위한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선택의 기준은 모두 타인의 시선에서 나온다.
성형수술을 받고 나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본다. 하지만 그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인가? 타인의 인정이다. 더 많은 '좋아요'와 더 호의적인 시선들. 결국 그들이 얻은 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타인 의존증의 고도화다.
나 역시 이 시스템의 공모자였음을 고백한다. 거울을 보며 내 얼굴의 비대칭을 발견하고 괴로워했던 스무 살의 나를 기억한다. 친구가 시술을 받고 "잘생겨졌다"는 말을 들을 때 느꼈던 질투를. 하지만 이제 묻고 싶다. 그때의 나는 정말 추했나? 아니면 추하다고 믿도록 학습되었던 것인가?
문제는 수술이나 화장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자기혐오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자신을 부정하고, 거부하고, 지우려는 욕망에서. 자신의 고유함을 포기하고 익명의 평균값을 향해 달려가려는 욕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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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새로운 거울인가, 아니면 거울 자체의 폐기인가?
나는 거울을 창문으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자신의 결함을 찾는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창문으로. 그 창문을 통해 무엇이 보이는가? 진짜 아름다움들이 보인다. 깊이 웃을 때 눈가에 생기는 잔주름들, 집중할 때 미간에 모이는 골들, 사랑할 때 저절로 부드러워지는 입가의 선들.
이런 순간들에서 깨닫는다. 아름다움이란 완벽함이 아니라 진실성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언제나 만질 수 없는 영역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한 사람의 눈빛에 담긴 온기, 목소리에 스며든 애정, 손짓에 배어난 배려. 이런 것들은 어떤 수술로도 만들 수 없고, 어떤 화장품으로도 그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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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제 거울 앞에서 결함을 세는 일을 그만두자. 대신 창문 앞에서 세상을 바라보자. 그리고 우리 자신도 그 세상의 고유한 일부임을 받아들이자. 완벽하지 않기에 더욱 아름답고, 결함이 있기에 더욱 인간적인 존재임을.
진정한 혁명은 성형외과를 불태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얼굴로 당당하게 걸어가는 것이다. 주름을 가리지 않고, 비대칭을 수정하지 않고, 나이를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이 획일화된 아름다움의 제국에 맞선 가장 강력한 저항이다.
“메이크업과 빛나는 옷, 화려함을 거두고 나면, 남은 건 평범한 소녀가 우연히 특별한 일을 하게 됐다는 사실 뿐입니다. 연예인을 따라하고 그들처럼 되고 싶어하는 여성들을 많이 봅니다. 그들은 완벽해지고 싶어합니다. 완벽한 몸과 완벽한 피부톤을 가지려고 하지요. 하지만 그들은 모르는 게 있습니다. 그들이 되고 싶어하는 외모의 이면에는 많은 디자이너와 메이크업 전문가, 포토샵 가공과 동영상 편집기술이 있다는 걸 말입니다. “
“그들은 아름다움을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만 신경쓰면서 찾는 아름다움은 그리 좋은 게 아닙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아야 합니다. 실제의 당신을 사랑하세요. 그러면 화장 없이도 거울을 볼 수 있고, 불완전한 자신을 기뻐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세상이 원하는 당신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봅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좋은 마음과 타인에 대해 공감하는 힘입니다. 나는 당신이 이러한 메시지를 전파해 세상이 당신의 외모 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 스칼렛 요한슨
“나는 내가 통통하고, 큰 발을 가졌고, 때때로 헤어스타일이 이상하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 몸의 이미지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했죠. 대부분 부정적인 말을 들었어요.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코멘트는 주로 모욕 하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하는 것입니다. ”
“오늘 나는 메이크업을 완전히 지운 내 사진을 올립니다. 내 피부에 주름이 있는 건 알아요. 하지만 나는 당신이 오늘은 그 주름 이상의 것을 보기를 바랍니다. 나는 진짜인 나를 받아들이고 싶어요. 또 여러분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이 메시지를 공유하고, 모욕을 즐기는 사람들에게까지 닿게 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그들에게 당신의 부정적인 말에 나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그 말 때문에 내가 인종이나 성별로 인한 괴롭힘의 피해자가 되지 않을 거라고 말합시다. 이미 자신을 사랑하고, 아무것도 바꿀 게 없다고 생각하는 당신도 이 메시지를 공유하세요. 사람들은 그런 당신을 받아들일 겁니다.”
- 케이트 윈슬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