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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cere Baek May 13. 2021

“선생님은 왜 선생님이 됐어요?”

받은 사랑이 큰 사람이라 흘려보낼 수밖에

수업시간에 집중 신호로 왼손은 입에, 오른손은 귀에 가져다댄다. 그리고 내가 5초를 세는 동안 모두 수신호를 따라 하면, 아이들 점수가 올라가고, 한 명이라도 하지 않으면 내 점수가 올라간다. 수업이 끝날 때 아이들이 이겼으면 1분 간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고 내가 이겼으면 1분간 명상을 한다.


오늘은 1점 차이로 아이들이 이겼다. (보통은 이기도록 조절해준다.)

 "오늘 듣고 싶은 이야기 추천받습니다~"

평소에 조용하면서도 나를 향해 항상 예쁜 눈빛을 보내주는 여학생이 손을 들고 말했다.

 “선생님은 왜 선생님이 됐는지 궁금해요.”

그 말에 남학생들 몇몇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아..~~~!" 하는 탄식을 내뱉는다. 한창 연애 이야기에 관심 많은 사춘기들.  매번 첫사랑, 남자 친구, 연애 이야기만 노래를 불렀는데 평소보다 사뭇 진지한 질문이 나왔다.


진심으로 호기심 가득히 바라보는 그 눈빛에 나도 잠깐 생각을 했다. 얼마 전 이사하면서 발견했던 어릴 적 일기장 뭉치가 떠올랐다. 거기엔 틈틈이 꼭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적혀있었다.


"선생님은 우선 다른 선생님이 아닌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 왜냐면 초등학교 때 기억이 너무 행복했거든. 선생님도 너무 좋았고, 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너무 즐거웠고. 학교 가는 걸 엄청 좋아했던 거 같아.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초등학교 때 꿈은 내내 초등학교 선생님이었어.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들처럼 돼서 아이들이랑 재밌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었거든."


실제로 나는 어릴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다. 아직까지도  연이 이어지고 있는 분들도 계신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좋은 부모님께 좋은 사랑도 많이 받았고. 지금 교사가 되어 보니 당시 선생님들이 얼마나 부지런하고 진실된 사랑을 주셨는지 실감한다.


이야기를 이어나가다 보니 내가 받은 사랑이 많아서 이 자리에 있음을 문득 깨달았다. 그리고 이는 내가 잘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선물처럼 주어진 사랑과 환경이었음을 안다. 그래서 내게 채워져 있는 것들에 대해 감사하고, 또 흘려보내고 싶다. 어릴 때 받은 사랑의 기억은 한 아이에게 살아갈 힘이 됨을 알기 때문이다. 또 3년 간 아이들을 만나며 나를 통해 흘러간 무언가가 어떤 아이들에겐 엄청난 터닝포인트가 됨도 체감했다. 교육은 어떤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살아갈 힘은 주는 것. 그게 교육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지 않을까?



신기하게도, 사랑은 돌고 돈다. 


값 없이 받은 사랑이 있으니, 이를 조금 덜 채워진 사람들에게 흘려보내며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너네가 던져준 질문 덕에 다시 내 자리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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