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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Sep 30. 2024

'쉼' 속에서 행복 찾기

푹 자고 나면 상쾌하고 맛있는 걸 먹으면 즐겁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쉬면서 잠만 자도 행복할 수 있고 맛있는 해장국집을 가든가 달콤한 케이크를 먹으러 가도 행복해질 수 있다.

삶이 고단함의 연속이라지만 의외로 인간은 행복해지기 쉽다.

사소한 것에, 유치한 것에 행복해진다.

안 해보던 거 해보고 하고 싶던 거 해보고 놀아본다.

저런 건 어린애들이나 하는 거지 하던 거 막상 해보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즐겁다.

아이랑 놀이동산 가면 어떤 때는 내가 더 즐거울 때도 있었지 않은가. 아이만 아이스크림 사주다 어느 날  나도 같이 사 먹을 때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은 나에게도 참 달콤하다.

무지갯빛 비눗방울이 햇빛 속을 몽글거리며 날아가다 터질 때 아이가 함박 웃고 나도 웃는 날 있지 않았을까.

어느 여름 소낙비 오던 날 차에서 잘못 내려 우산도 없이 연인과 온몸이 젖어 빗 속을 뛰며 한바탕 웃었다.

우산이 없어 절망한 게 아니라 시원하고 재밌었고 행복했다. 마치 빗 속을 뛰어다니며 놀았던 어린 시절처럼.

쉬고 나면 피곤했던 몸도 체력을 회복하고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

계절도 느껴지고 밤하늘의 달도 별도 보인다. 아름다운 세상도 하나 둘 보인다.

힘든 일상에서 내게 주는 작은 위로를 찾을 수 있다.

쉬면 회복탄력성이 높아진다.

작은 일에 상처받아도 툭툭 털고 일어나는 마음이 생긴다. 오늘 잘 안 됐지만 '내일 또 해보자.' 하고  자신을 믿고 스스로 격려할 수 있다.

하고 싶은 걸 자유로이 할 수 있을 만큼 하며 쉬고 나면 '나'라는 사람이 참 근사한 인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쉼'을 통해 숨 한 번 고르고 나면 일상에 뿌려진 작디작은 행복의 씨앗들을 더 잘 찾을 수 있게 된다.


충분한 '쉼'을 통해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고 살아있다는 기쁨도 느낄 수 있다.

조직검사를 앞두었을 무렵 하루라도 더 살았으면, 사랑하는 이들을 하루라도 더 볼 수 있었으면 하고 소망하면서도 아이 밥을 차리는 것은 그렇게 힘들었다. 하루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뇌와 몸이 무기력하기만 했다.

하지만 오늘살아내고 힘을 내면 하루라도 더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있었고 사랑할 수 있었다. 매일 일어나는 기적 같은 일이지만 깨닫지 못했던 소소한 행복을 알 수 있었다.

아주 많이 쉬고서야 무료하게 느껴지는 일상이 감사했다.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이 행복했고 같이 식사하는 게 행복했다. 귀찮은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일상을 잃었던 예전을 떠올리면 감사한 날들이다.

잃어보면 더 애틋하고 소중한 걸 알게 되는 것 같다.

사는 내내 우리는 때때로 건강을 잃고 가족을 잃고 일상을 잃고 행복을 잃는다.

그럴 때는 쉬어야 한다. 엄마, 아빠, 자식, 그 무엇도 아닌 ''로 돌아가 마음껏 울기도 하고 하고 싶은 것도 하며 잠시라도 쉬는 시간을 가다. 충분히 쉬고 난 뒤에야 다시 살 수 있다. 그렇게 또 살아가다 보면 행복한 순간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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