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 (完)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 ≪유령이 미는 도시≫

by 시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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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얀 전쟁터: https://brunch.co.kr/@sisunwoo/19

[2] 믿기 힘든 것에 대한 목격: https://brunch.co.kr/@sisunwoo/20

[3] 공통분모: https://brunch.co.kr/@sisunwoo/21

[4] 통계, 예언, 가설: https://brunch.co.kr/@sisunwoo/22

[5] 불길하고 부드러운 변화: https://brunch.co.kr/@sisunwoo/23

[6] 모두를 위한 죽음: https://brunch.co.kr/@sisunwoo/24



[7] 전이 (完)



재니스는 목적지도 없는 공허한 우주에 둥둥 떠 있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습관처럼 지역 뉴스만 틀어놓고 몸이 푹 꺼지는 침대에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뉴스에서는 끔찍하게 듣기 싫은 단어가 나왔지만, 온몸이 마비된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로저스 농장의 기념품 가게를 비롯한 농장 일부가 헬렌 치즈 농장주인 찰스 스미스가 설치한 폭탄으로 붕괴되었다는 사실이 약 넉 달 만에 밝혀졌습니다.”


재니스가 중얼거렸다.


“커스틴은 가본 적도 없다던 로저스 농장…. 살인마, 살인마, 살인마.”


이어서 한 시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기가 너무 딱딱 맞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한쪽은 무너지고 있는데, 한쪽은 너무 올라가고 있으니까. 사실 결정적인 건, 그때 그 사건을 보도했던 기자가 술자리에서 헬렌 치즈 농장주와 친분이 있다고 떠벌려서였죠. 머릿속에 그려지는 게 뻔하죠. 그래도 폭탄까지 설치할 줄이야. 주변 휴게소 CCTV를 확인하니까, 헬렌 농장 소유의 트럭이 방수포 아래 뭘 많이 싣고 가더라고요. 그런데 자기 농장도 아닌 곳에서 나오는데, 그것들이 죄다 사라져 있으니 기묘한 거예요.”


그가 한층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시 경찰들도 그 사건이 당연히 귀신의 농간이라고, 그러니까, 그 이상 현상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제대로 확인해 보지도 않은 거죠.”


인터뷰가 끊기고, 다시 기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사건으로 헬렌 치즈 농장주 찰스 스미스가 입건되어 조사받고 있습니다.”


재니스는 감은 눈 위로 세상이 무너지는 상상을 했다. 잔해 사이로 커스틴 홀의 얼굴이 보였다. 늘 위태로웠던 창백한 얼굴. 혹시 그녀를 사랑했나? 그녀는 침대 속으로 더 더 파묻히고, 세상은 끝없이 무너졌다.




얼마 후 재니스를 자리에서 일어나게 한 것은 지역 뉴스의 긴급 속보였다.


“또다시 이상 현상이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발생지는 레이크 정신 병원이 있는 건물로, 병원은 얼마 전 폐업하여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상 현상이 다시 발생함에 따라 해체한 대책 위원회를 긴급 소집한다는…”


재니스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 홀린 듯이 위원회 건물로 차를 몰았다. 그리고 건물에 다다라서 차가운 바닥에 발을 내디뎠다. 신발도 신지 않은 채였다. 재니스는 커다란 입구를 스쳐 건물의 벽을 찾았다. 그녀는 맨발로 뛰어다니며 모든 벽을 샅샅이 살폈다. 그리고 곧, 우측 거대한 외벽 앞에 멈추었다.


재니스의 눈에 어떤 희미한 형태도 아닌 명확한 ‘그들’이 보였다. 불에 탄 듯 잔뜩 그을린 남자와 얼굴에 상처가 가득한 노인, 비쩍 마른 남자아이… 그리고 커스틴.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은 끔찍하게 일그러진 좀비 같은 몰골을 하고 위원회 본부의 외벽을 밀고 있었다. 주파수를 잘못 찾은 라디오 진행자처럼 지직거리는 모습으로. 재니스에게서 새하얀 입김이 새어 나왔다.


“커스틴, 이것이었구나.”


재니스의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위원회 사람들이 자신을 찾을지, 찾는다면 이제 어떻게 할지, 처음엔 커스틴 홀을 죽여도 똑같지 않냐며 자신의 멱살을 잡고 흔들다가, 그중 비범한 머리를 가진 사람이 커스틴의 능력이 재니스 자신에게 전이 되었을 거란 생각을 할 수 있을지, 이러나저러나.


이상 현상이 전과 같다면 카운트다운이 있는 폭탄과도 같았다. 통계 역시 이전과 같다면, 그들은 한 달에 두 번, 약 14일 내로 위원회 건물을 무너뜨릴 것이었다. 그들이 이곳으로 다시 모였고, 그들 역시 곧 이곳으로 모인다.


재니스는 힘들겠지만 14일, 딱 이 주일만 이 도시를 떠나있기로 했다.



(끝)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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