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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종 Oct 15. 2021

불안





 여름이라는 섬(Leave Me in Summer)



 9. 불안



 암막 커튼 사이로 새어 나온 햇살이 바람에 흔들린다. 침대를 가로지른 빛살에 베인 그녀의 종아리가 보인다. 나와는 다른 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깔끔하게 깎은 털과 흉터 하나 없는 부드러운 살결.

 다리는 그가 살아온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내 발뒤꿈치의 각질과 굳은살을 그녀에게서는 찾을 수 없었다. 어릴 적 아이들과 놀다 생긴 무릎 언저리의 흉터와 불에 덴 자국, 중학생 때 책상을 뛰어넘다 생긴 종아리의 긴 상처까지.

 그녀는 침대에 누워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섹스를 허락하는 사람은 여자였지만 그걸 진행하는 사람은 남자였다. 가끔은 나도 편하게 자고 싶은데.

 “뭐해.”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종아리로 혀를 가져갔다. 아마 별 느낌 없을 것이다. 최대한 멀리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았다.

 먼 데서부터 다가오는 그것의 느낌. 어느 순간이 되면 이곳으로 오고야 말리라는 불분명한 확신. 아슬하게 스칠 때의 아쉬움과 쾌감. 상상만 하던 것이 현실이 되고 마는 탄식과 아쉬움. 모두가 끝난 뒤의 허무와 야릇한 만족감.

 이것이 내가 아는 섹스의 전부였다.

 종아리에서 허벅지로 올라가는 혀끝을 그녀는 섬세하게 느끼고 있으리라. 지금이라도 멈출 수 있다고 머리는 생각했지만 몸은 마음을 따라 그녀의 허벅지 안쪽 부드러운 살점을 파고들었다.

 피어오르는 불안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는 불안을 잊기 위해 그녀의 몸속으로 혀를 더 밀착시켰다. 그녀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신음이 나를 더 집중하게 했다.








 다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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