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3년차 요양보호사 엄마 이야기
그래도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할 일이 없으니까 찾았지. 뭔가 해야 하니까.
가만히 있으면 사람 사는 게 아니지."
"할머니 방 치우고, 똥오줌 못 가리니까 기저귀 갈아주고, 목욕 시켜주고, 안마도 해주고, 운동도 시켜드리고, 밥 차려주고 하는 거지.
주말에 안 가면 똥오줌을 못 가리니까 지저분해 있고 그래. 그럼 그거 다 치우고, 씻겨드리고 하지."
"그런 일 아니면 엄마 나이에 누가 오라고 하겠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하지.
일하니까 마음도 편하고, 매달 돈도 꼬박꼬박 들어오고 얼마나 좋아.
예전에 장사할 때보다 훨씬 마음이 편해.
엄마 젊었을 때 이런 게 있는 줄 알았으면 이걸 하면 됐는데.
배운 기술도 없고 해서, 할줄도 모르는 장사 하면서 초조하게 살았지.
지금은 세월이 좋아졌어."
"발마사지 강사가 그러더라고. 어떻게 그러냐고...
방금 가르쳐준 거를 어떻게 그렇게 바로 까먹냐고.
가르쳐주고 해보라고 하면 방금 배운 건데도 기억이 안 나. 앞이 깜깜해."
"그래도 한두 가지는 남지 않을까 해서 계속 배워.
여기 누르면 눈에 좋고, 여기 누르면 머리에 좋고, 여기를 흔들어주면 어디에 좋고...
그래도 한두 개는 남으니까."
"불교대학에서 배운 것도 자꾸 잊어버리기는 하는데.
한 가지 요즘 공부하는 걸 말하자면 ‘초점 맞추기’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자기 삶이 달라져.
채널 9번을 틀면 9번이 나오듯이, 자기가 어떻게 삶을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거지.
불교 공부는 계속 하고 싶어.
안 그러면 인생이 먹고 자는 것밖에 안 되니까 마음을 계속 닦아야지."
“이렇게 운동을 안 하면 할머니를 일으키지도 못해.
먼저 보살폈던 할머니는 이렇게 뚱뚱한데, 일으켜서 식사도 하게 하고 해야 하잖아.
준비하지 않으면 못해. 뭔가 하려면 준비가 있어야 하지.
엄마가 가서 조금이라도 나아졌다 싶어야 보호자가 엄마를 쓸 거 아니야”
“지금이 젤로 편해. 아무 걱정이 없으니까.
아빠도 시비 안 걸지. 아빠가 요즘에는 웬만하면 져주더라고.
사람들이 얼굴 좋아졌다고 해.
니그 어렸을 때 생각을 조금만 바꿔도 됐는데.
이렇게 살 수 있는 때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그렇게 초조하게 살지는 않았을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