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테라 너마저

늙는 것도 서러운데

by 슬리피언

저 녀석은 우리집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식물이다. 이름은 대싹이. 우리집에 왔을 때 아이들이 지어준 이름이다. 유아 시절의 저런 심플한 생각이란. 이사온 해에 들였으니 벌써 우리집 생활 5년차다.


초록이 좋다고 샀다기만 하면 죽이는 마이너스의 손인 나에게 그래도 꿋꿋이 살아남아 뿌듯하게 하는 이 녀석은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첫째는 엄청난 향일성을 자랑한다는 것. 해바라기인줄. 지금 저 녀석이 바라보는 방향이 우리집 베란다인데 여러번 방향을 바꿔보았지만 해를 향한 일편단심이 변할 줄을 모른다.

식물이 해를 잘 따라 다닌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그러다보니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조금씩 처지면서 나온지 오래된 잎일수록 밑으로 떨더진다. 그래서 두 번째 특징은 위에 있을수록 세상에 선보인지 얼마 안 된 녀석이라는 것이다.


희한하게 새 잎이 선보이면 밑에 잎들이 거뭇거뭇하게 변해가면서 자기 줄기를 떠나갈 준비를 한다.


먼저 온다고 먼저 가란 법 있으랴만 얘들은 참 약속이라도 한 듯 저러고 있다. 공부하며 식물 키우는 식집사까진 못되는지라, 대싹이만 저런 건지 다른 몬스테라도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다.


때때로 영양제도 주고 목마르다 싶으면 흠뻑 물도 주면서 애정을 쏟는 남편은 "거참 늙는 게 저런건가"하며 세상이치를 공부하는 눈빛으로 대싹이를 바라보곤 한다.


새로 나면 늙는 것이 세상의 이치니 어쩌랴. 우리도 그냥 순리대로 늙어가는 것이지. 우리에게 세상의 이치를 보여주며 오래오래 함께 살자꾸나 대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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