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유심조의 실천
일체유심조.
세상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데 문제는 이 생각을 바꾸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생각이 자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평생 살아오며 무의식적으로 습득해 온 생각의 쳇바퀴 습관이 나도 모르게 작동합니다. 게다가 오랜 기간 동안 생존을 위해 진화해 온 인간의 두뇌는 부정적인 생각에 더 끌린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생존에 직결되는 위험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부정적인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생각을 바꾸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특히 부정적인 생각을 도움이 되는 생각으로 전환하는 연습을 하겠습니다.
우리는 떠오른 생각을 자동적으로 사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우선 나에게 떠오른 생각을 종이에 모두 적어 놓고 이것들이 사실인지 판단인지를 구분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사실은 실제 일어난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진술입니다. 판단은 어떤 사건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좋다와 나쁘다와 같은 주관적인 의견만 판단일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추측 역시 판단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므로 판단으로 간주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왼쪽의 사실에 드러난 부정적인 경험은 이미 지나간 일이자 단순히 일어난 일을 서술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른쪽에 있는 생각 때문에 괴롭습니다. 일어난 일 자체보다는 그에 대한 판단을 부여잡고 있기 때문에 괴롭습니다. 그러니 사실만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판단에 포함되어 있는 미래에 대한 추측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추측이 아무리 그럴듯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추측이 앞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건강한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부여잡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떠오르는 생각이 많을 때 생각들을 모두 종이에 적어보세요. 있는 그대로 빠짐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여과 없이 모두 적어봅니다. 예를 들어 다음의 생각이 있습니다.
"나는 오늘 회사에서 한 발표를 망쳤다. 쪽 팔리게 말을 떨었고 발표 중 내용에 대해 지적을 받았다. 상사에게 찍힌 것 같다. 동료들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앞으로 상사와 동료들이 나를 깔보고 무시할 것이다. 무능한 내가 싫다."
종이에 생각들을 다 적었으면 판단에 해당되는 문장들을 찾아 줄을 가로질러 그어 보세요.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 있는 내용은 아무리 그 판단이 옳다고 생각되어도 일단 지우고 봅니다. 아마 남는 문장이 별로 없을 겁니다.
"나는 오늘 회사에서 한 발표를 망쳤다. 쪽 팔리게 말을 떨었고 발표 중 내용에 대해 지적을 받았다. 상사에게 찍힌 것 같다. 동료들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앞으로 상사와 동료들이 나를 깔보고 무시할 것이다. 무능한 내가 싫다."
이번에는 줄이 그어진 문장들을 사실인 내용만으로 구체적으로 바꾸어 써 보세요.
"나는 오늘 회사에서 발표 중 긴장해서 목소리가 떨렸다. 발표 중 내용에 대해 지적을 받아서 답변했다"
마지막으로 사실인 문장들만 남았을 때 문장에서 "나"를 빼고 읽으며 마지막에 "세상에는 이런 일이 일어날 때도 있다."라는 문장을 덧붙여 보세요.
"오늘 회사에서 발표 중 긴장해서 목소리가 떨렸다. 발표 내용에 대해 지적을 받아서 답변했다. 세상에는 이런 일이 일어날 때도 있다."
판단을 배제한 사실만을 나열한 후에 "나"라는 관점을 빼고 사실을 다시 바라봅니다. 그러면 알게 됩니다. 나에게 일어난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나라서 특별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누구에게나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누구나 발표 중에 떨릴 수 있습니다. 사실 베테랑 연설자들 역시 처음부터 떨리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무수한 연습과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떨림에도 불구하고 연설을 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누구나 전달하는 내용에 대해 지적을 받습니다. 그런 일은 종종 일어납니다.
나만 특별해서 한 번도 떨지 않고 발표를 해야 할 이유도, 지적을 안 받을 이유도 없습니다. 가수 양희은이 자주 하는 말처럼 언제나 "그럴 수 있습니다."
누구나 그럴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은 나 스스로를 괴롭힐 뿐입니다. 그러니 생각 객관화 연습을 통해 나에게 일어난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먼저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생각에도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내 판단이 옳은지 아닌지, 또는 일어난 일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그 상황을 변화시키거나 나를 돌보는 데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그러니 판단은 짧게, 적절한 에너지만 소비한 후 바로 흘려보내던지 (생각 구름 명상 참조) 원하다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생각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각을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되는 두 가지 기준과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기준은 이 생각이 도움이 되는 지입니다.
도움이 되는 생각이란 내가 행동으로 상황을 개선을 할 수 있는 내용의 생각입니다. 앞의 예처럼 "오늘 직장에서 발표를 망쳤다. 앞으로 사람들이 나를 깔보고 무시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행동은 나의 통제권 밖에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걱정하는 생각에 빠져 있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듭니다. 스스로에게 무력감을 안겨 주는 꼴이 됩니다. 나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인 것입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생각은 내가 행동을 취할 수 있고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내용의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발표를 잘할 수 있는 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도움이 되는 연수는 없는가? 다음 발표에서 이번 발표에서 배운 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선배 중에서 발표를 특히 잘하는 분은 누가 있으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다음 발표 전에 미리 연습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조력자는 누가 있을까?" 등등의 생각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제시해 줍니다. 변화를 원한다면 이렇게 나에게 도움이 되는 생각에 에너지를 쓰는 편이 낫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행동을 통해 실천에 옮깁니다.
이렇게 도움이 되는 생각으로 전환을 하면 내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늘어납니다. 내 생각과 행동의 에너지를 내게 도움이 되는 일에 집중시킴으로써 나 스스로를 도울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기준은 이 생각이 친절한 지입니다.
우리의 두뇌는 부정 편향성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따라서 확실하지 않을 때는 일단 좋게 생각하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나쁘게 생각하는 편향이 있으니 오히려 인식되는 것보다 훨씬 좋게 생각해야 부정 편향성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한 발표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쁘진 않았을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처음에는 떨렸지만 차차 페이스를 찾아가며 나중에는 떨리지 않았습니다. 발표 중 상사에게 지적은 받았지만 그에 대해 답변하고 마무리 지었습니다. 발표 중 고개를 끄덕인 사람도 있었습니다. 발표하면서 말을 떠는 것은 내 생각보다 훨씬 흔한 일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좋은 점을 찾아내며 스스로에게 친절한 생각들을 선택합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누군가가 아무리 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더라도 일단은 나쁜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상사가 평소 일을 잘 가르쳐 주지도 않고 지적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럴 때 상사가 나에 대한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일을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일단 생각합니다. 바빠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본인에게는 이미 워낙 익숙해진 일이다 보니 한두 번 가르쳐 주면 알 거라고 착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상사의 스타일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부하 직원들 모두 스스로 알아서 일을 찾아가며 해 주기를 바라는 스타일일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즉각적으로 탓을 하거나 비난하기보다는 내가 상상 가능한 최고로 너그럽게 생각합니다. 정확하지 않을 때는 일단 무조건 좋게 생각하고 봅니다. 발표 후에 마음이 힘든 지금의 나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친절한 말들을 생각해 봅니다. 앞서 소개드린 절친 전략을 사용하여 내 감정에 나의 절친처럼 공감해 주고 가장 친절하고 다정한 말을 해 줍니다.
우리는 나의 생각이 옳은지 아닌지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 말이 맞냐 네 말이 맞냐, 지금 내 판단이 옳으냐 아니냐를 따지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입니다. 그러나 생각은 내가 옳은 이유를 끊임없이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무수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서 얻는 결과는 내가 옳다고 믿는 데에서 얻어지는 잠깐의 만족감뿐입니다. 또다시 반복적으로 무수한 생각의 굴레에 빠지게 됩니다.
나 자신을 위해 이런 패턴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내가 옳다는 생각이 들어도, 또는 억울한 생각이 들어도 그 생각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친절하지 않다면 내려놓는 것이 나를 위하는 길입니다.
"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이렇게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을 떠나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나의 마음을 나에게 도움이 되고 나에게 친절한 생각과 행동들로 가득 채우시기 바랍니다.
이미지 출처
Tara Winstead @ www.pexels.com/photo/butterflies-and-head-on-white-surface-8849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