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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 늘보 Oct 25. 2024

감정 기꺼이 마주하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연습

나를 사랑하는 것은 나의 경험을 사랑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감정을 느끼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평소 감정 만나기를 회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 안의 비판자는 불분명하고 불편한 감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그렇게 느끼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내 안의 완벽주의자는 혼란스러운 감정에 나를 맡긴다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게 되진 않을까 두렵습니다. 내 경험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나를 보호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종종 불편한 감정을 마주하면 곧바로 회피하거나 다른 일에 몰두하여 잊으려고 애씁니다. 


그러나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잠시는 효과가 있을지언정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억누르고 회피해도 불편한 감정을 영원히 느끼지 않고 살아가기는 어렵습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 대가로 잃게 되는 소중한 것들이 생기게 됩니다. 감정을 마주하지 않는 방식으로는 감정을 이해하지도, 처리하는 법을 익힐 수도 없게 됩니다. 


수영장에서 커다란 비치볼을 물에 잠기도록 억지로 누르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처음에는 힘을 줘서 누르며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팔의 힘이 서서히 빠져나갈 것입니다. 힘이 빠지는 것을 무시하고 계속 비치볼을 누르고 있더라도 결국 힘이 다 풀리면 비치볼은 물 밖으로 강하게 튀어 오르며 사방으로 물을 튀길 것입니다. 만에 하나 집에 갈 때까지 비치볼을 계속 누르고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때문에 모처럼 간 수영장을 즐기지도 못하고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은 비치볼을 물속에 누르는 것과 같고, 감정을 회피하는 것은 그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과 같습니다. 


감정을 기꺼이 마주하기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우리 삶의 행복에도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감정은 충만한 삶을 살아가고 타인과의 연결감을 느끼게 도와줍니다. 감정을 통해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과 나를 불편하게 하는 생각들을 깨닫게 됩니다. 불편한 감정 덕분에 상황을 변화시킬 동기를 얻게 됩니다. 괴로운 감정을 경험함으로써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이해하는 마음의 그릇이 커집니다. 


감정을 기꺼이 마주한다는 것이 일부러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끼려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삶이 힘들다는 믿음을 갖는 것도 아닙니다. 고통을 느끼는 것에 익숙해져서 고통을 느끼고 싶어 하거나 스스로 고통스러운 생각과 현실을 자아내는 것도 아닙니다. 흘러가는 고통을 부여잡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느껴지는 감정이 어떤 느낌이던 그것을 피하지 않고 판단 없이 경험하겠다고 의도하는 것, 단지 그뿐입니다. 


역설적이게도 감정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포용하여 허용할 때 오히려 고통스러운 감정이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피하려 하지 않고 내가 애써서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감정을 알아차리며 따듯하게 안아 줄 때 그 고통이 변화합니다. 애씀이 멈추고 온전한 느낌 속에서 고통스러운 느낌이 나를 통해 경험되고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조건 없는 자기 사랑의 연금술입니다. 


감정 마주하기를 두려워하는 마음 만나기  


감정 기꺼이 마주하기를 연습하기 전에 우선 감정 느끼기를 두려워하는 나의 마음부터 마주하겠습니다. 


종이에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 나는 대로 여과 없이 가능한 많이 적어보세요. 


    1. 나는 어떤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 것을 회피하고 있는가? 


    2. 내가 이 감정(들)을 회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3. 나는 무엇이 두려운 걸까? 이 감정을 허용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4. 내가 이 감정이 나타나는 것을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을 수 있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5. 내가 이 감정을 느끼고 있는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6. 내가 지금의 상태에서 2%라도 더 허용할 수 있는 감정은 무엇인가? 어떤 상황에서 일어나는 감정인가? 


질문에 대한 답을 충분히 적으며 숙고 했으면 마지막으로 종이에 아래 문장의 빈칸을 채워서 적어 보세요. 


나는 다음에 _______________할 때 ________________ 한 감정을 기꺼이 느끼고 허용해 보겠다.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 나 자신을 따듯하게 허용하고 조건 없이 사랑하겠다.



감정 기꺼이 마주하기


감정을 기꺼이 마주하기 전에 나 자신에 대해 따듯한 마음, 허용하는 마음을 우선 느끼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합니다. 평소 사랑받는 느낌 느끼기 연습 꾸준히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당장의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고 싶은 나의 마음부터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 줍니다. 이제껏 회피하는 방식으로 감정적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 온 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지금까지 부단히 애써온 나 스스로에게 감사의 마음과 따듯한 사랑을 보냅니다. 


나 자신에 대한 따듯한 시선과 사랑을 바탕으로 지금껏 회피해 온 감정을 바라볼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한발 다가가 따듯하게 바라봐줄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모두 그럴 수 있다는 넓은 마음으로 포용할 수 있습니다. 


처음 불편한 감정 마주하기를 시작할 때는 시간을 정해두고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30초도 좋고 1분도 좋고 5분도 좋습니다. 곧바로 다른 일에 몰두해서 회피하기 전에 잠시 멈추어 일어나는 느낌과 오롯이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러다 차차 불편한 감정과 함께 있는 것이 익숙해지면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감정과 온전히 함께 해 주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세상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감정은 흘러갑니다. 내가 거부하고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부여잡고 있지만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감정과 함께 할 때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합니다. "언제쯤 이 불편한 감정이 사라질까? 무엇 때문에 이 감정이 생긴 걸까? 어떻게 해야 빨리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처럼 과거와 미래에 집작 하는 생각을 내려놓고 오롯이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감정을 느끼는 나를 따듯하게 안아 주는 것에만 주의를 기울입니다. 


감정 마주하기 연습 


잠시 눈을 감고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 쉽니다. 감정이 느껴지는 몸의 부위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느껴지는 느낌에 좋다 나쁘다 판단하지 않고 감정을 바라봅니다. 


감정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 느껴지는 감정이 있고 동시에 감정을 바라보는 내가 있음을 느껴봅니다. 감정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존재감을 느껴봅니다. 감정을 지켜보며 느끼고 있는 나와 나에게 드러난 감정을 동시에 느껴봅니다. 두 가지가 잘 구분이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상상으로라도 잠시 감정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시선을 느껴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앞서 소개드린 생각 구름 명상처럼 감정을 구름 위에 얹어 두고 바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감정이 느껴지는 부위를 몽글몽글한 구름으로 포옥 감싼 후 그 구름을 하늘에 띄운다고 상상합니다. 나는 하늘이고 감정은 구름입니다. 하늘 위에 감정 구름이 나타나서 떠다니는 것을 상상합니다. 잠시 하늘의 자리에서 구름을 지켜봅니다. 내가 하늘임을 느끼면서 감정 구름을 지켜봅니다. 


잠시 감정 구름이 마음껏 떠돌아다니도록 늘 허용하고 있는 배경에 있는 하늘이 되어봅니다. 하늘이 어떤 날씨든 늘 나타나는 그대로 허용하듯이 내 안에 나타난 감정을 있는 그대로 허용합니다. 


나타난 감정에 대해 좋다 나쁘다 판단하지 않고, 이름도 붙이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느낍니다. 감정 마주하는 연습 중에 감정이 사그라들면 그저 알아차립니다. 억지로 내려놓으려 하지 않고 빨리 사라지길 바라지도 말고 절로 사그라들면 그저 그런 것을 바라봅니다. 


감정이 여전히 그대로라도 괜찮습니다. 배경의 존재감이 안 느껴져도 괜찮습니다.  연습의 목표는 정해진 시간 동안 그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것뿐입니다. 감정이 나타날 때 곧바로 피하는 게 아니라 잠시라도 감정과 함께 해 주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잘하고 계십니다. 


감정 느끼기 연습의 마지막에는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감정과 기꺼이 함께 한 나에게 따듯한 사랑의 느낌과 칭찬의 말을 건넵니다잠시 나에게 와 준 감정에게도 감사한 마음과 따듯한 사랑을 보내며 마무리합니다. 


느낌과 친숙한 삶 살기 


감정을 잘 느끼고 처리하려면 평소에 느낌과 친숙한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만 연습하지 말고 평소에 편안한 감정도, 즐거운 감정도, 무감각한 감정도 모두 온전히 마주합니다. 감정은 종종 몸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평소에 몸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고 현존하는 나를 느끼며 살아가도록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주의를 목 아래에 두도록 합니다. 내 몸의 존재감을 느끼며 글을 읽어보세요. 의자에 앉아 있다면 의자에 닿아있는 나의 몸의 느낌을 느끼며 동시에 글을 읽어보세요. 바닥에 닿은 나의 발바닥을 느끼며 글을 읽어봅니다. 몸 전체로 통째로 존재하는 느낌을 느끼며 글을 읽어 봅니다. 온몸으로 책을 읽는다는 느낌으로 이 순간 나의 존재감을 느끼며 글을 읽습니다.


생각이 날 때마다 순간순간 주의를 돌려 지금 이 순간 내가 존재하는 느낌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내게 나타나는 감각과 감정을 온전히 느낍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이 순간 내 몸의 존재감을 느낍니다. 바람이 얼굴을 치는 느낌, 두 다리로 단단하게 서 있는 느낌, 생생하게 살아있는 몸의 느낌을 느낍니다. 손을 씻을 때마다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온전히 느낍니다. 손에 물이 닿는 느낌, 비누로 손을 비빌 때 피부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온전히 느낍니다. 샤워를 할 때 피부에 닿는 물의 느낌을 자세히 느껴봅니다. 물의 미세한 온도 변화에서 느껴지는 그 느낌과 하나가 되어봅니다. 


가슴에서 감정이 올라온다면 지금 이 순간 느껴지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봅니다. 이 느낌이 왜 일어나는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는 것은 잠시 접어두고 다시 몸의 느낌으로 돌아와 그저 이 순간에 느껴지는 느낌과 그 느낌을 느끼고 있는 나 자신의 존재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만일 느끼기 힘든 감정이 올라오면 바로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기 전에 잠시라도, 단 몇 초라도 그 감정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느낍니다. 감정을 느끼고 있는 나의 존재도 동시에 느끼며 나 자신에게 따듯한 사랑의 마음을 건넵니다. 감정 구름을 하늘의 자리에서 따듯하게 안아줍니다.  


이처럼 평소에 현존하며 느낌과 친숙하게 살아갑니다. 느끼는 것에 익숙한 삶을 살아갈 때 감정도 생각도 느낌도 우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오고 흘러 나갈 수 있게 됩니다. 차차 애쓰지 않고 리듬을 타며 오가는 감정을 기꺼이 마주하고, 매몰되지 않은 채 기꺼이 함께 하고, 기꺼이 흘려보내주게 됩니다. 



이미지 출처

SHVETS production @ www.pexels.com/photo/reflection-of-woman-in-the-oval-mirror-893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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