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지붕 마감은 무얼로 하면 좋을까요.

by 작고따뜻한일상

후드둑 소리에 눈을 뜬다. 조용한 아침 누워서 듣는 빗소리는 좋다. 바깥은 비 오고 추운데 나는 따뜻하고 안전한 느낌, 빗소리 자체도 좋지만 이기적 안도감이 이 좋음을 거든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할 이유가 없는 아이들 방학. 느긋하게 이 시간을 즐겨보기로 한다.


우리 집은 빗소리가 잘 들린다. 집 주변이 밭과 한적한 도로인 이유도 있지만 지붕이 징크여서 그렇다. 설계 막바지에 지붕 마감재를 고민했다. 기와보다 심플한 징크가 맘에 들었다. 설계사무소에서는 징크로 마감할 경우 빗소리가 크게 들리는 단점이 있다고 만류했었다. 빗소리가 잘 들린다면 장점인데요! 지붕자재 선택은 수월했다.

(지붕 마감재 선택은 수월했지만 색상은 어렵게 결정했다. 블랙이 아닌 짙은 그레이 컬러의 우리 집 지붕)


일층부터 이층까지 골조가 만들어지면 벽체에 기본적인 단열, 방수 작업을 한다. 마지막 구조 작업이 서까래 올리기였는데 지붕의 짜임새까지 완성된 모습을 보면 집을 짓는 일이 실감 난다. 도면으로만 보던 납작한 사각형이 내 눈앞에 입체적인 집의 형태로 실현되는 일은 놀랍고 신기했다.


시골, 단독주택에 살면서 크게 바뀐 건 없다. 서울에서 처럼 하루 세끼 밥해 먹는 같은 삶이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바쁠 땐 밤을 새운다. 은행 대출 이자를 내고 준비가 덜 된 세 아이의 학자금과 불안정한 노후를 생각한다. 가끔은 얼마나 더 달려야 할까 막막해지기도 한다. 사는 공간을 바꾸고 오는 변화를 꼽는다면 서울에선 시각으로만 느끼던 비를 먼저 귀로 듣고 눈으로 본다는 것. 비 오는 날의 엄청난 습기를 피부로 느낀다는 것이다. 선명하게 들리는 만큼 비를 빨리 알아차리게 된다. 빗소리에는 아이들 등하교가 불편하겠네 빨래가 잘 안 마르겠네 하는 걱정이 담기기도 하고 거참 시원스럽다 하는 마음이 담길 때도 있다.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이렇게나 듣기 좋은데 빨래가 안 말라서 퀴퀴한 냄새가 나면 뭐 어떤가 다시 세탁하면 된다. 곤히 자는 막둥이 옆에 더 누워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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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BGM은 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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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이월의 마지막날

늦은 아침일기

(Feb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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