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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생 Aug 23. 2024

난 이제 우울을 '우웅'이라 부르기로 했어

  다정한 말은 무리해도 기분이 좋은 순간이 있다. 마음이 힘들 때 위로의 말 보다 다정한 말 한 마디가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지금 할 이야기는 한 사람의 다정한 말에 대한 기억이다.


  나는 예전 애인을 만나며 많이 피폐해졌다. 분명 착한 사람처럼 느껴졌지만 다소 바보같은 사람이었다. 사회성은 좋아 보였지만 사회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마음을 주고 난 다음에는 그냥 이 사람에게 휘둘리게 되었다.

  '원영적 사고'라는게 있다. Z세대에서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이라고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인데, 아래의 짤로 가장 유명하다.

  물이 반 밖에 안남았다 보다는 물이 반이나 남았다 라고 표현하는게 좋다. 원영적 사고는 이런 표현을 '밈'화 하여 더 긍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마지막에 '완전 럭키비키잖아~' 라는 문장을 덧붙여 만든다. 다소 힘든 일을 겪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서로 상대방의 이름을 붙여 어떤 일이든 럭키하게 표현한다.그러다보면 모든 일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게 된다.


  내가 친구에게 '우울'하다고 했더니 어떤 사진을 보내줬다. '우울'말고 '우웅'이라고 생각하면 별 것 아니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또 우웅이라는 말은 얼마나 귀여운가. 어디가서 애교를 피우기엔 나이를 먹었으나, 힘든 일을 헤쳐 나가는 사람들끼리 우울 대신 우웅이라고 외치고 있으면 모두 한 바탕 웃음바다가 된다. 한 사람이 조금이라도 우울해 보이면 우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웅이라 말 하며 기분을 먼저 풀어준다. 나도 꽤 자주 당했는데, 전혀 기분 나쁘지 않고 일시적인 감정이었다는 것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말 해주는 친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우울이 아니라 우웅,,

  근 몇년간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이런 말을 들었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을지 모른다. 그때 만큼은 도저히 다른 어떤 말에도 위로받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조금은 성장했다고 느끼는 지금은, 솔직히 그다지 힘들지도 않고 꽤나 견뎌낼만한 순간에 이런 위로는 크게 다가온다. 그리고 또 좋은 사람에게 들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추후 글을 쓰겠지만, 내가 힘들 때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문장이 두 개가 되었다. 사람도 두 다리로 걷는데 내 마음도 두 문장 정도면 잘 걸어가지 않을까. 언제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웅은 이제 내 마음의 안전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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